기아자동차의 중국 진출 교두보가 된 장쑤성 옌청시 번화가(위). 옌청시 기아자동차 공장 전경(아래) - 옌청=구자룡기자
《중국 장쑤(江蘇)성 북쪽 인구 40만의 소도시 옌청(鹽城). 여느 중국 도시와 마찬가지로 이곳의 영업용 택시들도 하나같이 붉은 색이다. 붉은 색은 ‘파차이(發財· 돈을 벌다)’라는 뜻으로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색깔. 그런데 특이한 것은 택시들이 모두 ‘프라이드’라는 점이다. 2000년 기아자동차가 중국 웨다(悅達)그룹과 합작, 옌청시에 ‘웨다-기아’ 생산라인을 가동하면서 현지 택시들이 모두 프라이드로 바뀐 것. 옌청시는 이와 함께 기아가 중국 대륙으로 뻗어나가는 교두보가 됐다.》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한 지 10년. 중국시장은 이제 국내 업체들의 미래와 흥망을 크게 좌우하는 시장으로 떠올랐다. 수교 초기에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봉제 의류 신발 등의 업체들이 진출했으나 이제는 전자 자동차 화학 철강 등 국내 주력 산업과 대기업이 앞 다투어 중국으로 가고 있다. 한국 경제의 미래가 중국시장 공략 여부에 달려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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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웨이하이市 세금30% 韓人이 내요”
▽한국 승용차들의 ‘차이나 드림’〓기아자동차는 올 4월 국영기업인 둥펑(東風)그룹과 합작, ‘7자(字) 면허(승용차 생산면허 번호가 7자로 시작)’를 받았다. 비로소 승용차 생산이 가능하게 된 것. 그간 프라이드 현지 생산은 ‘상용차 면허’를 이용한 편법 생산이었으나 국영기업 둥펑과 합작, ‘둥펑웨다기아(東風悅達起亞)’로 바뀌면서 모든 차종에 걸쳐 본격적인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연산 2만대의 옌청 기아공장은 11월까지 5만대까지 늘리는 설비 확장 공사로 부산하다.
정달옥(鄭達玉) 둥펑웨다기아 사장은 “웨다와의 합작으로 옌청시와 장쑤성에 ‘입성’한데 이어 중국내 ‘빅 3’ 자동차 업체인 둥펑과 합작해 날개를 달게 됐다”고 말했다. 기아는 자가용 승용차 수요가 늘어나는 대로 연간 20만대 규모의 ‘제 2공장’도 세울 계획.
현대자동차도 올 초 ‘베이징치처(北京汽車)’와 합작, 쏘나타를 현지 생산하기로 했다. 쏘나타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지난달 이미 ‘베이징시 표준 택시’로 선정됐다. 베이징시는 6만4000대의 택시 중 매년 20∼30%씩을 쏘나타로 바꿀 예정.
중국의 올해 승용차 수요는 80만대 정도. 증가 속도로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정 사장은 “중국에서 중산층이 두터워지고 ‘마이카 붐’이 일고 있어 현대·기아 자동차가 미국 땅에서 이룬 신화를 중국에서 다시 실현하는 것은 꿈이 아니다”고 말한다.
▽“생산이 달려요”〓95년 난징(南京)에 진출해 97년부터 생산 판매를 시작한 ‘금호난징타이어’는 지난해 말 현재 440만본의 타이어를 생산, ‘타이어 교체시장’에서 점유율 20%로 미쉐린 굿이어 등 선진국 업체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는 설날과 하계휴가 등을 뺀 1년 349일 동안 공장 설비를 풀로 가동했지만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김흥기(金興基) 금호난징타이어 사장은 “2008년까지 연산 1000만본까지 공장을 늘려 점유율을 늘릴 것”이라며 “마찰할 때 환경오염물질 배출이 적거나 펑크 난 상태로도 수백㎞를 안전하게 달리는 등의 ‘울트라 고성능’ 타이어 개발 등으로 주도권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이 달리기는 철강도 마찬가지. 연안에서 창장(長江)을 따라 상류 200㎞에 위치한 장쑤성의 ‘장자강(張家港) 포항제철’은 스테인리스 냉연강판을 올해 14만t에서 2005년 28만t까지 2배로 늘릴 계획이다. 국내외 업체들이 생산 규모를 늘리고 있으나 2005년 공급량은 여전히 66만t이나 부족할 전망이다. 포철은 지금도 설계 용량을 훨씬 넘어 초과 생산하고 있다.
‘장자강 포철’의 정길수(鄭吉洙) 사장은 “서부 대개발 등에 따른 건설 시장 및 주택 시장 확장, 자동차 가전제품 등의 수요 급증에 따라 철강 제품도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며 “매년 10% 이상씩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선견지명이 가져다 준 보람’〓장쑤성 쑤저우(蘇州)는 1990년대 초만해도 항저우(杭州)와 함께 ‘미인과 그림같은 정원이 많은’ 옛날 도시에 불과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94년 싱가포르와 합작으로 이곳을 첨단산업단지로 조성하기 시작했다.
이때 ‘외자기업 1호’로 이곳에 반도체 공장을 세운 것이 삼성전자다. 99년부터 누적 흑자를 내기 시작한 삼성전자는 2000년 공장 설비를 확대해 중국에 진출한 선진국 업체들과의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쑤저우시 중앙공원에는 외국기업 해당 국가의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는데 태극기가 싱가포르기 다음으로 걸리는 것도 삼성전자 덕분이다.
박재욱(朴在旭) 삼성전자 쑤저우법인장은 “기술 숙련도가 높고 근로 의욕이 왕성한 양질의 노동력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초정밀금형업체 등 선진국의 첨단기술을 가진 관련 업체들이 모여 들어 시너지효과도 일으킨다”고 말했다.
LG전자 DVD공장이 위치한 상하이 푸둥신구(浦東新區)도 95년 입주 당시는 허허벌판이었던 곳. 그러나 이곳에는 지금 세계 굴지의 업체들이 다 모여들었다. 중국 정부와 상하이시의 지원, 교통 요지로서의 장점 등을 두루 갖춘 곳이기 때문이다. LG는 DVD를 특화한 전략 등으로 올해 상하이시가 선정하는 ‘상하이 100대 기업’에 올랐다.
박종선(朴宗善) LG전자 ‘상하이러진광뎬(上海樂金廣電)’ 물류관리부장은 “중국 국내업체들이 1∼4위를 휩쓸어 강세를 보이는 DVD 시장에서 5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DVD-R, HDR 등 고부가가치 품목을 적극 공략해 선두업체 자리를 넘보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종환기자 ljhzip@donga.com
▼한국 수출 '고객' 이젠 중국이 2위▼
지난해 한국의 교역 상대국 중 중국과 일본의 자리가 바뀌었다.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한국의 대외수출 비중이 두 번째로 높은 나라로 올라선 것. 이로써 미국에 이어 30여년간 2위 자리를 차지해 온 일본은 3위로 떨어졌다. 지난해 한국의 대외수출 중 대(對)중국 수출 비중은 12.1%, 대일본 수출비중은 11.0%였다.
올 들어서도 중국과 일본간의 격차는 커지고 있다. 7월까지 중국이 13.6%, 일본이 9.3%를 차지한 것. 석유화학제품은 40%, 유류와 철강은 각각 20%로 중국 시장 의존도가 아주 높다.
한국의 대중교육은 수출이 92년 26억5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81억9000만달러로 6.9배(전체 수출 증가는 1.9배) 늘었으나 수입은 37억3000만달러에서 133억300만달러로 3.6배 늘어나 수교 이듬해부터 계속 흑자다. 중국에 공장을 세운 한국업체들이 한국산 원부자재 수입을 늘린 것도 한 원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박한진(朴漢眞) 과장은 “지난 몇 년간 무역불균형 해소가 양국간 통상현안이 됐다”며 “올해 3월까지 누적흑자가 320억달러를 넘었다”고 말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수교 10년간 한국의 대중국 직접 투자도 크게 늘었다. 2001년말 현재 대중투자는 6054건, 54억5000만달러. 중국은 미국에 이어 제2의 투자 시장으로 떠올랐다.
수교 초기에는 산둥(山東)성과 동북 3성에 집중돼 이 지역 집중률이 한때 58%에 이르렀으나 지난해 44%로 낮아졌고 대신 상하이(上海) 등 화둥(華東)지역 투자비율은 14%에서 28%로 높아졌다. 제조업 투자 비중은 지난해 87.0%로 전년에 비해 줄어들었고 대신 서비스 투자는 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와 수출이 늘고 있는 반면 한국 제품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낮아지고 있고 현지 업체와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 주요수출품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98년 10.70%에서 지난해 9.61%로 낮아졌다.
베이징〓이종환기자 ljh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