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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업씨 사복차림 수사관 행세”

입력 | 2002-08-06 18:14:00


병무 비리 사기죄로 형이 확정돼 수감돼 있던 김대업(金大業)씨를 수사에 참여시켰다는 이유로 한나라당이 검찰 수사 관계자들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함으로써 결과가 주목된다.

김길부(金吉夫) 전 병무청장은 6일 기자들과 만나 “올 1월 사복 차림의 김대업씨가 수사관인 것처럼 행세하며 여러 차례 나를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수사 참여 자격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검찰은 이날 당시 수사관들의 입장을 전하는 보도자료를 통해 “김씨가 참고인 자격으로 수사를 도운 적은 있지만 수사관으로 제3자를 조사한 적은 결코 없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기 때문에 앞으로 검찰 수사의 핵심은 당시 수사 관계자들이 수사와 관련해 김대업씨에게 어떤 경위로, 어떤 역할을 맡겼는지를 규명하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씨와 당시 수사를 받은 피의자, 담당 검사와의 대질 등을 통해 △김씨가 단독, 또는 합동으로 피의자를 조사하거나 진술조서를 받았는지 △김씨의 수사를 검찰이 묵인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밝혀내야 의문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의 정황으로는 김씨가 수사 과정에서 ‘보조’ 이상의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형법 118조는 공무원의 자격을 사칭해 직권을 행사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죄판결을 받고 수감 중이던 김씨가 사복 차림이었다는 것도 공무원 자격 사칭의 한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수사 과정에서 사건 내막을 잘 아는 이른바 ‘전문가’들에게서 도움을 받는 것이 수사 기법상 ‘관행’이라는 얘기도 한다.

그러나 위법성 여부와는 별개로 검찰이 형이 확정된 기결수를 수사에 ‘참여’시켰다면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비난의 소지는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검찰 관계자들은 각종 게이트에 관련된 검사들을 조사한 데 이어 다시 ‘자기 사람’에 대한 수사를 하게 된 데 대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 선거를 4개월여 앞두고 민감한 정치적 사건에 휘말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병역 대책회의' 신빙성 논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의 장남인 정연(正淵)씨 병역비리 의혹에 관한 김대업(金大業)씨 주장에 대해 관련자들이 일제히 부인하고 나서 김씨 주장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씨는 “김길부(金吉夫) 전 병무청장이 1월 인사청탁 비리 등과 관련해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묻지도 않았는데 ‘97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 K, J의원이 병무청에 찾아와 정연씨 병적카드를 은폐하는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김 전 청장은 6일 본보 기자에게 “김씨가 당시 나를 조사하면서 먼저 ‘대책회의가 있었느냐’고 물어 ‘그런 게 어디 있느냐’고 대답했다”고 반박했다.

김 전 청장은 “김씨는 당시 내가 대책회의를 시인했다가 한나라당에서 급히 보낸 변호사를 만난 뒤 진술을 바꿨다고 주장했는데 나는 현 민주당 법률자문위원인 법무차관 출신 C변호사를 선임했다”고 말했다.

정연씨 병역기록 파기에 개입했다고 김씨가 주장한 전태준(全泰俊) 전 의무사령관도 이날 “96년 11월 춘천병원에 근무했던 장복용 전 원사가 자기 판단에 따라 병역기록을 파기했으며 나와는 무관하다”고 부인했다.

장 전 원사도 최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춘천병원이 이사하게 돼 창고에 있던 병역 관련 기록을 태웠으며 그 과정에서 지시나 외압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책회의와 병역기록 관련 주장 뿐만 아니라 이 후보 부인인 한인옥(韓仁玉) 여사가 개입했다는 주장에도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게 됐다.

반면 김 전 청장의 주장에도 그의 측근이 말한 것과 내용이 다소 다른 대목이 있다.

김 전 청장은 “97년 당시 내가 대책회의를 함께 했다고 김씨가 주장한 한나라당 J의원을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전 청장의 한 측근은 5일 본보 기자에게 “김 전 청장이 J의원과 잘 알고 지냈으며 J의원이 97년 병역문제가 터지자 김 전 청장을 찾아가 정연씨의 병역기록을 보고 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반된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검찰은 ‘물증’을 통한 진위 파악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김길부 전 병무청장 일문일답▼

김길부 전 병무청장 - 박영대기자

김길부(金吉夫) 전 병무청장은 6일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정연(李正淵)씨의 병역 비리 의혹과 관련해 김대업(金大業)씨가 주장한 내용은 모두 "조작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월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김대업씨에게서 어떤 조사를 받았나.

"인사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는지를 조사받았다. 김대업씨가 정연씨 문제에 관한 대책회의에 대해서는 딱 한번 물었을 뿐이다. 그 말이 나왔을 때는 김씨 혼자 나를 조사했다."

-어떻게 대책회의 얘기가 나오게 됐나.

"김씨가 '정치권에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어 '군 생활 30년에 여러 사람을 아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하자 김씨가 '대책회의가 있었느냐'고 물었다."

-뭐라고 대답했나.

"'실무 국장에게서 보고받아 파악한 내용을 총리에게 보고하는 정상적인 공무 활동만 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말했다."

-김씨가 수사관인 줄 알았나.

"김씨가 단독으로 또는 다른 수사관과 함께 여러 차례 나를 조사했다. 그래서 당연히 수사관인줄 알았다. 김씨가 수사관이 아니란 사실을 알았다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김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나.

"김씨가 내게 질문을 하고 내가 진술한 내용을 메모했다. 그리고 그 내용을 토대로 옆에서 다른 수사관이 타이핑했다."

-97년 당시 정연씨의 병적기록부를 사무실 책상 서랍에 보관했었나.

"내가 보관하고 있지 않았다. 원래 병무청 지하보관소에 보관돼 있었으나 정연씨 병역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 징모국장에게 보관하라고 지시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김대업 이혼한적 없어 부인 대구서 식당운영”▼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해온 의정 부사관 출신 김대업(金大業)씨의 부인 최모씨가 해외 체류중이라는 김씨의 주장과 달리 7월 초 귀국해 대구에서 식당을 운영중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나라당이 6일 밝혔다.

한나라당 ‘김대업 정치공작진상조사단’(단장 이재오·李在五)은 이날 김씨의 주소지가 있는 대구 현장조사를 마친 뒤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최씨는 5월 17일 출국했다 7월3일 귀국해 D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 식당 직원들도 ‘오늘 오전까지 출근해 일을 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또 “대구 중구청에 부인 최씨의 주민등록등본을 확인한 결과 호주가 김대업씨로 돼 있었다”며 “김씨의 말과 달리 두 사람은 법적으로 여전히 부부 관계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앞서 김씨는 5일 검찰에 출두하면서 ‘가족이 국내에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없다”고 대답했으며 “아내와 이혼해 가족과 떨어져 있다”고 말했었다. 그는 또 4일 동네 성당 미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아들 딸은 홍콩에서 유학중이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단은 김씨와 80년대 중반 대구국군통합병원에서 함께 일했던 K씨의 증언을 인용해 “김씨는 87∼88년 신검부표 위조 등 48건의 불법 병역면제에 개입한 혐의로 2군 군법회의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이등병으로 불명예 제대했다”며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이 김씨의 전과기록에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대구〓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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