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용 약품의 용기나 포장이 내년부터 열기 힘든 형태로 바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의약품안전용기 포장에 관한 규정' 개정 내용을 26일 고시한다.
이같은 조치는 보호자가 한눈을 파는 사이 어린이가 약품 용기를 열고 적정한 1회 복용량을 초과해 약품을 한꺼번에 마시는 바람에 약물 사고가 생기는 일을 막기 위한 것이다.
시행은 용기를 생산하는 공장의 설비 변경 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1년 뒤인 내년 7월 26일부터다.
식약청은 마시는 어린이용 해열제(예:한국얀센의 타이레놀 물약)와 감기약(예:삼일제약의 브루펜시럽), 철분 제품(예:근화제약 훼리몬드시럽)을 대상으로 먼저 이처럼 용기를 바꾸도록 하고 점차 대상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새로 바뀌게 되는 용기나 포장은 5세 이하 어린이가 5분 이내에 개봉하기 어렵게 설계 또는 고안된 것으로 △포장을 개봉하는 시범을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85% 이상의 어린이가 개봉할 수 없거나 △구두 설명없이 포장을 개봉하는 시범을 보인 후에도 80% 이상이 개봉할 수 없는 형태다.
식약청 이상렬 의약품안전과장은 새로운 어린이용 약품 용기나 포장 형태와 관련해 "1회 복용량씩 별도로 포장한 것이나 혹은 마개 위 또는 위를 눌러서 여는 형태의 '푸시 앤 턴 캡(push and turn cap)'방식 등 특수용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린이보호를 위해 약품 용기를 별도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96년 약사법 시행규칙에 만들어졌지만 실제로 이 규칙이 시행된 적은 없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2000년에 어린이 약품사고 피해사례가 자주 접수된다며 보호용기를 별도로 지정해줄 것을 식약청에 요청한 바 있다.
식약청은 지난해 11월 이같은 용기 변경에 대한 사항을 입법예고했으며 그간 여론 수렴을 거쳐 이같은 내용의 규정을 확정했다. 규제개혁위원회도 이같은 새 규정에 대해 각 분야의 규제철폐 움직임과는 무관하게 어린이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