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리 '자화상' [사진제공=갤러리사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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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 지나 말복을 앞두고 견공들이 갤러리로 모여들었다. 그 견공들의 면면은 범상치 않다. 단순한 견공이 아니다. 그들은 탐욕스러운 인간과 혼탁한 세태를 풍자한다. 8월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안국동 갤러리사비나에서 열리는 ‘개-The dog’전. 강경구 공성훈 박순철 강홍구 김식 최석운 권여현 유근택 황주리 등 작가 30여명이 개와 관련된 회화 조각 설치 사진 등을 출품했다. 전시는 3개 코너로 나뉜다. ‘본성으로서의 개’에선 자연 그대로의 개가 지닌 본성을 다양하게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풍자와 상징으로서의 개’는 시대 상황과 세태를 예리하게 풍자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최석운은 ‘복날’이라는 작품을 통해 복날에 수많은 개들이 수난당하는 현실을 풍자했고, 김식은 ‘투견’이라는 작품을 통해 정치는 실종되고 싸움만 남은 정치판을 비판했다.
‘자아 투영으로서의 개’ 코너의 작품들은 철학적 사색적이다. 주로 작가의 정체성을 다각도로 투영한 작품들이다.
황주리의 개 그림은 아예 제목이 ‘자화상’이다. 황주리의 실제 애견인 이 불독은 주인에 길들여진 순한 개다. 작가는 불독의 본성을 잃고 주인에게 의존해야 하는 이 개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있는 것이다. 개 줄에 묶인 개를 그린 안창홍의 작품 ‘아티스트’는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이 짙게 묻어난다. 개 줄에 묶인 개의 신세를 마치 평론가나 화상 큐레이터의 비위을 맞춰가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작가들의 현실로 비유한 작품.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개 한 마리를 통해서 자신을 성찰하는 작가들의 치열한 자의식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02-736-4370∼2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