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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마제스틱', '매카시즘 덫'에 걸린 할리우드 작가

입력 | 2002-04-25 17:23:00


‘마스크’ ‘트루먼 쇼’의 짐 캐리와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의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

두 이름의 결합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영화 ‘마제스틱’(The Majestic)은 인간을 인간답지 못하게 만드는 광기와 편견에 대한 평범한 인간의 싸움을 담은 휴먼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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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도입부에는 신출내기 극작가 피터(짐 캐리)가 참석한 할리우드 영화사의 제작 회의가 등장한다.

“주인공이 장애아 꼬마라고?”

“안돼. 영화가 우울해져.”

“장애아 대신 개를 주인공으로 하지. ‘래시’류 영화는 늘 대박이 나.”

#광기-편견과의 싸움 다뤄

이 작품은 극중 주인공은 물론 영화 자체가 뒤죽박죽이 되는 할리우드의 상업주의를 매섭게 꼬집는다.

어디 영화만 그럴까? 주인공의 운명이 장기판의 말처럼 이리저리 바뀌는 것은 영화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바로 공산주의자 색출에 혈안이 된 ‘매카시즘’이 몰아치던 1950년대 초 미국이야말로 인간의 영혼을 손쉽게 망가뜨리는 시기였다.

이 작품은 대학 시절 좋아하는 여자 꽁무니를 쫓느라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산주의자로 몰리게 된 피터를 통해 사회적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보여준다.

영화사와 정부측에서는 피터에게 청문회에서 반성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다른 공산주의자의 이름을 대면 더 이상 문제삼지 않겠다는 ‘거래’를 제안한다. 이를 거부하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작가 생명은 끝이다.

다라본트 감독은 사건과 멜로, 메시지를 적절하게 가미해 볼만한 작품으로 만들었다.

갈등에 빠진 피터는 드라이브를 하다 다리 위에서 강물로 추락한 뒤 로슨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발견된다. 이 곳은 마을 청년 수십여명이 2차대전에 참전했다 전사한 ‘애국적’인 마을. 동네 사람들은 사고로 기억을 잃은 피터가 마을에서 작은 극장을 운영하는 해리(마틴 랜더)의 아들 루크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피터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정말 해리의 아들일지 모른다고 믿게 되고 루크의 애인이었던 아델(로리 홀든)과 사랑에 빠진다. 피터는 사랑하는 이들을 잃어 상처받은 마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극장을 재개관한다.

#미국식 애국주의 냄새

영화는 다라본트의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고난에 굴복하지 않는 낙관주의를 담고 있다.

공산주의자 혐의를 맏고 있는 피터와 전쟁 영웅 루크. 외견상 두사람은 극과 극의 위치에 있다. 이 작품은 전쟁에서 싸우다 죽은 것이나 편견과 횡포에 내몰린 가운데 자신의 진실을 떳떳하게 밝히는 것이 모두 진정한 용기임을 드러낸다. 작품의 완성도는 수준급이지만 마음을 선뜻 내주기 어려운 것은 드문드문 등장하는 미국식 애국주의의 냄새 때문일 것이다.

2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이 대사!

피터가 청문회에서 대학 시절 클럽 ‘총대신 빵을’에 가입한 것은 이념이 아니라 좋아하는 여학생 때문이라고 말하며.

청문회측:대학때는 정식 좌익 멤 버가 아니었다?

피터: 네.

청문회측: 그럼 무슨 자격으로 갔 소?

피터:수컷으로 갔던거죠. 발정난 수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