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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해외체류 비즈니스맨 가족 위한 '서비스 레지던시'

입력 | 2002-04-11 14:15:00

17일 서울 인사동에서 문을 여는 '프레이저 스위츠 서울'의 거실 전경


미국계 화학회사인 에어프러덕트에 근무 중인 박진석 과장(33)이 싱가포르로 갑작스레 발령받은 것은 99년 5월.

갓 결혼한 아내 남현정씨(32)와 이곳으로 왔으며 현지에서 딸을 낳았다. 박 과장이 일반 주택을 구할 때까지 잠시 머무르기로 한 곳은 싱가포르 리버밸리에 자리잡은 20층짜리 ‘프레이저 스위츠(Fraser Suites)’. 싱가포르에 있는 12개 ‘서비스 레지던시(Serviced Reside-nces)’ 중 한 곳이다.

서비스 레지던시는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국제화된 미국 주요 도시와 영국 런던, 싱가포르 등에서는 외국인 주거 공간으로 이미 보편화된 개념. 당초 한달 정도 머물기로 했던 박 과장은 이 곳에서 3년째 머무르고 있다.

AM 08:30 박 과장 가족이 싱가포르 프레이저 스위츠 레스토랑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AM 09:00 '오늘은 재미난 프로그램이 없을까.' 남씨가 이벤트 일정표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

“낯선 곳에서 도와줄 사람도 없고 인근 국가로 자주 출장을 가기 때문에 가족들을 안심하고 맡길 데가 필요했어요. 여기서는 내집같은 분위기에서 고급호텔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은 잘 맞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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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면 박 과장 가족이 제일 먼저 찾는 곳은 6층의 레스토랑. 이 층에는 수영장과 어린이 실내놀이터, 헬스센터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 숙박객들 대부분이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해결한다. 아침을 준비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어서다.

아침 식사 후 박 과장이 출근하면 이후는 아내 남씨와 딸 희은이의 시간이다. 남씨는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레스토랑 앞 게시판을 살폈다. ‘오늘은 무슨 행사가 있을까.’

AM 09:30 서비스 레지던시의 직원이 집안 청소를 하면서 침대를 정리하고 있다.
AM 10:30 박 과장의 딸이 놀이방에 가기 위해 셔틀 버스를 타고 있다.

이 곳에서는 한달에 보통 12회 정도의 문화 체험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각국에서 온 가족들이 함께 어울리면서 타국생활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도록 레지던시 측이 주도해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부활절, 크리스마스, 추수감사절, 추석, 설 등 각국의 주요 기념일과 명절 때는 별도 이벤트가 열린다.

“지난해 가을 염소농장 견학을 간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처음에는 한국인 이웃이 없어서 고민을 했는데 각종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이 레지던시에 사는 외국인들과 많이 사귀게 됐죠.”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어 남씨는 집으로 돌아왔다. 이미 직원들이 청소를 하고 있었다. 박 과장이 사는 유니트(unit)는 침실 두 개에 거실이 있는 30평형 규모. 아내인 남씨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하우스 키핑 서비스’ 때문이다. 집안 청소는 물론 설거지도 해주며 잔 고장도 이 곳 직원만 부르면 해결된다.

PM 4:00 박 과장이 사는 유니트 안에 마련된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 중인 아내 남씨.

“외국 생활을 해 본 사람은 집안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고장 등이 얼마나 신경쓰이는지 알 거예요. 일일이 수선공을 부르거나 직접 고쳐야 할 일들을 대신 해준다는 게 외국생활의 어려움을 많이 덜어주죠.”

남씨는 청소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아이와 실내놀이터로 향한다. 마침 박 과장이 잠시 집에 들러 동행했다. 실내놀이방과 수영장 등에서 다른 나라 아이들과 잠시 어울려 놀았더니 어느새 세살짜리 딸이 놀이방에 갈 시간이다. 박 과장 가족만 일반 주택에 산다면 차를 몰아 직접 데리고 왔다 갔다해야 하지만 이 곳에선 셔틀버스에만 타면 끝이다. 남씨가 딸과 동행하기 어려울 때는 셔틀버스 운전사가 책임지고 놀이방까지 데려다주고 데려온다.

싱가포르 프레이저 스위츠 전경

박 과장은 “외국에 나와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이 가족들의 ‘안전’문제”라며 “얼마 전 밤중에 옆집 아이가 몹시 아팠는데 이곳에서 직접 병원 응급실에 연결해 입원시키는 것을 보고 안심하고 맡겨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물론 건물 안에서 모든 생활이 이뤄진다는 것이 갑갑하기도 하다. 또 임대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박 과장의 한달 임대 비용은 6500싱가포르달러로 한화로 470만원 정도다. 비슷한 규모의 아파트를 구하는 것과 비교하면 20∼30%가 비싸다.

하지만 이곳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은 서비스 레지던시 몇 곳과 계약을 하고 임대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 가족에 대한 걱정과 정착의 어려움을 덜어줘야 근무 효율이 높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