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해미읍성 역사체험축제
상쾌한 일요일 아침. 모처럼 일찍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집밖으로 나서자. 그리고 새벽공기 가르며 시원하게 뚫린 서해안고속도로를 자동차로 달려 보자.
새벽잠 설친 아쉬움은 어느새 차창에 스치는 바람에 날아가고 대신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여유가 몸과 마음을 푸근히 감싼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Work and Joy!’라는 카피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의 멋진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는 TV CF의 주인공. 오늘은 당신이 CF의 주인공이 된다.
서해대교를 건너면 당진IC로 내려선다. 첫 번째로 들를 곳은 한국천주교의 솔뫼성지(충남 당진군 우강면·관장 임기선신부).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大建)안드레아 성인(1822∼1846년)과 그의 증조부등 ‘순교’라는 형극의 길을 택한 이 집안의 네 분이 태어난 곳이다. 32번 국도(예산방향)로 접어 들어 합덕쪽으로 방향을 잡고 10㎞쯤 달리면 만난다.
현재 이 곳에는 ‘솔뫼 피정(避靜)의 집’과 ‘솔뫼성당’이 있다. 성당에서는 매일 한 차례 미사(평일 오전 7시반, 주일 오전 11시반)를 올리니 천주교신자라면 주일미사 시간에 맞춰 가는 것도 좋다.
한국천주교 솔뫼성지에 있는 김대건신부의 동상
성지를 나와 다시 32번 국도로 계속 남행(합덕에서 9.4㎞지점) 하자. 이번에는 조선 3대 명필로 추앙되는 김정희(金正喜·1786∼1856년)가 태어난 추사고택(예산군 신암면)이 기다린다. 18세기 전형적인 양반 상류계층의 가옥이다.
봄볕 무르익은 서해봄날 오후 찾은 선비의 고택. 정적만이 감돈다. 이따끔 불어 와 우거진 숲속의 솔잎 대잎 훑는 봄바람만이 움직이는 유일한 것. 활짝 핀 매화와 목련이 화사하다. 집주변의 소나무를 보니 단아한 그의 그림, 세한도가 생각난다.
‘곧은 소리는 대궐 아래 머무르고 빼어난 글귀는 동쪽하늘에 가득하구나’(直聲留闕下 秀句滿天東). 집안의 한 기둥에 붙어 있는 이 글귀. 웅건한 서체는 그윽한 고택의 풍취와 너무도 잘 어울린다. 이처럼 명필의 담대한 서체로 현신한 그의 애송 싯귀는 집안의 기둥 곳곳에 붙어 있다.
내친 김에 해미읍성(서산시 해미면)까지 섭렵해 보자. 아마도 조선시대 읍성이 이렇듯 완벽하게 남은 곳은 이곳 뿐이 아닐까 싶다. 성안에 발을 들여 놓으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느낄 정도니.
한때는 청년장교 이순신(李舜臣·1545∼1598년)이 병사를 조련하기도 했던 이 성. 19세기 중반 80여년간의 천주교 박해때는 1000여명 신자가 투옥 참수등 박해를 받았던 한국천주교의 성지다. 10년 옥고 끝에 숨진 김대건신부의 증조부가 순교한 곳도 여기. 당시 신자들의 목을 맨 호야나무 한 그루가 지금도 생생히 증언하고 있다.
◇여행정보
▽해미읍성 역사체험축제〓13, 14일 이틀간(오전 10시∼오후 7시). 진짜 조선시대 장터처럼 꾸며진 관아와 군영, 장터, 민속놀이판에서는 그 시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다양한 해프닝이 마당극 형식으로 펼쳐진다. 이 축제의 특징은 대부분 이벤트가 관광객이 참여하는 체험형이라는 것. 육방(관아의 행정관리)체험, 곤장형틀과 감옥체험, 장터체험 등등. 읍성입구 수문장의 불신검문에 걸리면 줄행랑이 최고다. 호패가 없거나 제대로 대답을 못하면 곧장 감옥행이기 때문. 관아에서는 죄수 재판과정과 함께 곤장치기 형틀에 앉혀 주리틀기등이 마당극으로 꾸며져 펼쳐진다. 죄인압송 행렬, 현감순시 퍼레이드, 소달구지타기도 있다. 안내가이드가 따라 다니며 상세히 설명해준다. 서산문화원 041-669-5050
▽온천〓‘아산온천’으로 불리는 아산레저호텔과 아산스파비스(음봉면 신수리)가 100m거리를 두고 있다. 지하 700m암반에서 끌어올린 알칼리성 온천수. 서해안고속도로/서평택IC∼아산만방조제∼인주사거리/39번국도(온양방향). 이정표 설치. 온양버스터미널 건너편에서 시내버스 100-1번 승차. △아산온천호텔〓오전 8시∼오후 7시. 노천탕이 좋다. 5800원. 041-541-5526. △아산스파비스(www.spavis.co.kr)〓4000평 규모의 초대형 워터파크형. 다양한 수중 마사지탕과 약탕, 사우나도크, 온천풀 설치. 1만2000원(대욕장만 7000원). 041-539-2000당진
서산〓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