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을 지키기 위해 국제선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원고를 전해주는 만화가가 있다. 호러 만화 ‘아일랜드’로 알려진 작가 양경일(32)이 바로 그다. 양경일은 지난해 3월부터 스토리 작가 윤인완과 함께 일본 만화월간지 ‘선데이GX’에 ‘신암행어사’를 연재하고 있다. 원고를 항공 택배로 보내기에 시간이 너무 빠듯하면 그는 아예 일본행 비행기를 타고 도쿄로 날아가 원고를 직접 전하고 온다. 일본은 랜(LAN)시스템이 초보적이라 원고 전송에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는 데다 원고를 컴퓨터로 보내기 싫어하는 작가의 고집 때문이다.
‘신암행어사’를 연재하기까지 양경일은 출판 에이전시를 통해 꾸준히 일본의 출판사를 두드렸다. 그 결과 일본 3대 만화 출판사의 하나인 소학관측으로부터 연재 제의를 받았다. 국내에서 이미 일급 작가인 그는 왜 그렇게 일본 연재에 집착했을까?
“신인 작가 대우를 받으며 시작할 각오였어요. 만화를 처음 그리기 시작했을 때부터 일본 작가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평가받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일본 만화시장이 우리보다 훨씬 크니까 큰 시장에서 일하면 아무래도 배울 점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서였죠.”
그의 만화 ‘신암행어사’는 ‘선데이GX’ 창간 이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애독자 엽서에서 인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만화는 현재 한국으로 역수출되어 ‘영챔프’에 연재중이다.
“일본의 만화출판 시스템은 우리와 많이 달라요. 우리는 작가가 만화를 만든다면 일본은 잡지 편집자가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스토리, 그림 모두 편집자 눈에 차지 않으면 다시 쓰고 그려야 해요.”
양경일의 이름을 알린 만화 ‘아일랜드’는 중국 태국 대만 등 동남아 시장은 물론, 미국에서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현재 스페인 출간을 앞두고 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 양경일은 이 작품에 대해 “그릴 때부터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었다”고 말한다. 귀신을 그릴 때도 소복 입고 머리 산발한 한국 귀신보다는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귀신처럼 그리려고 했다.
“누가 봐도 눈에 익고 감각적인 그림을 그리려고 애썼어요. 그런 점이 해외시장 진출에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일본시장은 물론 세계시장에 지속적으로 진출하는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전원경 주간동아 기자 winnie@ 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