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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노총 선명성 경쟁

입력 | 2002-03-09 01:07:00


한국발전산업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의 법 절차를 외면하고 12일째 파업을 벌이고 민주노총은 민영화 철회 요구를 ‘정치투쟁’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지원하자 한국노총도 또다시 파업 대열에 뛰어들 태세를 보이고 있다.

마치 전체 노동계가 호흡조절도 없이 강경투쟁으로 돌진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과거에 비해 노동기본권이 크게 신장됐고 민주화된 사회에서 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면서 진행되는 파업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세 불리기 경쟁 심화〓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강경투쟁을 향해 상승작용을 하는 것은 철도와 가스 발전 등 공공노조의 ‘2·25 연대파업’을 기점으로 산하 노조들이 하나둘 상급단체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먼저 한국가스공사노조가 4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상급단체를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바꾼 게 출발신호가 됐다.

이어 전국철도노조도 6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민주노총으로 소속을 옮기는 문제를 조합원 총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현재 철도노조 조합원들의 현장 분위기는 노사 합의안은 물론 한국노총에 대한 불만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가스노조가 산하로 들어오자마자 “95년 민주노총 창립 당시에는 조합원 비율이 25대 75로 한국노총보다 적었지만 이제 41대 59로 차이가 거의 없다”며 반색했다.

▽강경투쟁의 노림수〓양대 노총은 ‘조직 확대’ 또는 ‘조직 보호’를 위해 강경투쟁 카드를 쓰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선명성이 뚜렷한 상급단체로 보이는 게 일선 노조들에게 더 호소력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

특히 양대 노총은 3월 중순 법외노조 형식으로 창립을 강행할 예정인 공무원노조가 어느 상급단체를 선택하느냐가 노동계 주도권 확보의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조합원수가 줄잡아 20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또 양대 노총이 한일월드컵과 양대 선거를 대정부 투쟁의 호기로 파악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심상찮은 다른 노조들〓공공노조의 연대파업으로 촉발된 올해 춘투(春鬪)는 서울지하철공사노조가 3월 안으로 새 집행부를 구성하면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하철노조의 신집행부는 현 집행부와의 차별성 확보를 위해서도 강경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밖에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인천 등 6대 도시 시내버스노조가 임단협이 결렬되자 11일 각 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하고 그 결과에 따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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