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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국가신인도에 악영향”

입력 | 2002-02-26 18:00:00


가까스로 회복세에 접어들었던 한국경제가 공기업 노조의 연대파업이란 복병을 만났다.

철도운송에서 시작된 수송난이 육해공 운송으로 파급되고 있고 발전부문 파행이 장기화한다면 생산활동 자체를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올 들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수출이 파업으로 더욱 위축돼 경기회복이 늦어질 것이란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의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국제신용평가회사가 서울에서 실사를 벌이는 시점에 파업이 벌어져 신용등급 상향조정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가신인도 올리기에 악영향〓세계적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25일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등과 연례협의를 하기 위해 방한, 실사를 벌이고 있다.

권태신(權泰信)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실사단 관계자들이 한국에서 집단이기주의 때문에 개혁의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고 밝혔다. 권 국장은 “‘왜 등급조정에 시간이 걸리느냐’는 우리측 질문에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정치적 합의과정도 중시한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무디스는 투자적격등급의 하위단계인 Baa2에 머물고 있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할 것이 유력했으나 이번 파업으로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삼성경제연구원 홍순영(洪淳英) 상무는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노사문제”라며 “한국에 와서 직접 눈으로 확인했으니 노동시장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회복 멀어질 수도〓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최근 “지난해 4·4분기(10∼12월) 중 경기저점을 통과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지난해 12월 산업생산과 출하치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각각 3.3%, 2.5% 늘어난 반면 재고는 99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기 때문.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번 파업이 발전 운송 등 산업 기반인프라에 집중된 만큼 생산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파업 때보다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설 전까지 지난해에 비해 두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던 수출은 최근 엔저현상에 파업이 겹치면서 상당 기간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수출차질 경기회복에 적신호〓컨테이너 화물열차의 운행편수가 줄면서 수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경기 남부와 충청, 경남 등 주요 공단 곳곳에서 26일 수송편을 마련하지 못해 수출용 컨테이너를 싣지 못하는 등 차질을 빚었다. 무역협회는 “경인지역∼부산항 수출입 화물량의 20%를 철도가 분담해왔다”며 “큰일났다”고 걱정이다.

수출업체들은 다급하게 육로를 이용하고 있지만 운임이 비싸고 운송적체 현상이 심각해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워졌다. 육로운송이나 항공운송을 이용해온 삼성물산 LG상사 등 종합상사들과 전자업계도 철도운송의 애로가 파급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신연수 기자 ysshin@donga.com

박래정 기자 ecopark@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