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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연말까지 침묵땐 심각한 상황”

입력 | 2002-02-22 18:18:00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국 중국 일본 순방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의지를 재천명했으나 미국이 과연 언제까지 북한의 호응을 기다릴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은 8개월째 미국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고 있다.

내년엔 △북한의 미사일실험 유예기간 종료 △경수로 완공 지연에 따른 북한 측의 반발 △한국의 새 정부 출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중요한 변수들이 많아 늦어도 올 하반기에는 북-미 대화 시작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게 한미 양국의 공통적인 인식이다.

또 정부는 북-미 대화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북한의 파종기와 춘궁기가 임박해 있는 만큼 3월 중 비료 및 식량 지원 문제를 놓고 남북대화를 재개할 방침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이 올해 안에 북-미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상황이 정말 심각해질 것”이라며 “미국도 남북 대화를 통해 북-미 관계의 돌파구가 마련돼야 한다는 우리 측 인식에 동의하는 상황인 만큼 북한이 우선 남북 대화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계속 대화를 거부할 경우 미국이 마냥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미국은 부시 대통령이 20일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등 성의를 보였으니 이제 북한이 대화에 응하는 일만 남았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북한도 이 같은 정황을 감안해 결국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한(金聖翰)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버티기’ 전략이 부시 행정부에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북한은 먼저 실무급 남북 대화에 응해 미국의 강경한 태도를 완화시킨 뒤 결국 북-미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한미 양국이 비공식적으로 추진했다가 무산된 특사 파견 문제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한미 양국이 북한을 대화로 유도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 중 하나로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나 잭 프리처드 한반도평화회담특사의 평양 파견을 재추진하는 방안이 정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

물론 임성남(林聖男) 외교통상부 북미1과장은 “21일 한미 실무협의에서는 물론 별도의 외교당국자 회동에서도 특사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공식 부인했으나 미국 정부가태도를 바꿔 특사 파견을 적극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가 계속 정부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청와대 당국자는 “프리처드 특사의 방북 카드가 살아있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