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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 블랙박스]장동건 "한국배우는 행복해"

입력 | 2002-02-04 17:11:00


지난 달에는 오랜만에 다시 메가폰을 잡은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이 호평을 받으며 관객을 끌더니 2월 들어서는 ‘2009 로스트 메모리즈’가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대사의 70%가 일본어로 진행되는 이 영화는 특이한 소재와 특수효과 등 몇가지 성공 요인을 갖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주연 배우인 장동건의 매력이 한껏 살아있는 작품이다.

가상 현실을 그린 이 영화에서 그는 2009년 아직도 일본의 식민지로 남아있는 한국 땅에서 활동하는 조선계 일본 경찰로 나와 역사의 미스테리를 풀어나간다. 약간 어색하게 들리는 그의 일본어 액센트를 제외하고는 영화를 보는 내내 장동건의 매력이 물씬 풍겨난다.

장동건과 함께 공연한 일본 배우 나카무라 도오루의 카리스마도 영화를 빛내주고 있는데 촬영 초반에는 장동건과 쉽게 친해지지 못했다고 한다. 장동건은 혈액형을 A형으로 오해받을 만큼(실제로는 O형) 워낙 낯을 가리고 말이 없는 성격인데다가 나카무라 역시 원래 과묵한 성격이고 두 사람의 언어까지 달랐으니 오죽 했을까?

그러나 낯선 이국 땅에서 다른 제작 시스템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고 있던 나카무라를 장동건이 챙겨주기 시작하면서 이들은 친해지기 시작했다. 나카무라도 장동건의 영화 속 일어 대사를 일일이 테이프에 녹음하고 입 모양을 비디오로 찍어줬으며 장동건에게 간단한 한국말을 배워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하는 성의를 보여줬다.

한국 영화 배우 중 장동건 외에 안성기를 좋아한다는 나카무라는 실제로도 안성기처럼 가정적이고 성실한 배우라고 한다. 상당한 주량의 술 실력을 갖고 있지만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을 더 좋아하고 야한 농담을 싫어하는 등 ‘바른 생활 사나이’ 라고 한다.

7년 전에 결혼했다는 나카무라 도오루는 배우 출신인 미모의 부인과 인형처럼 깜찍한 딸을 두고 있어 어느덧 서른을 넘겨 노총각의 대열에 들어선 장동건의 부러움을 샀다. 수많은 여성 팬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는 미남 배우 장동건이지만 실제로는 변변한 여자 친구 한 명 없이 시간이 나면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운동으로 시간을 보내며 외로움을 달래고 있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장동건은 평소 일본 영화나 음악에 관심이 많아 ‘안전지대’나 ‘구와타 밴드’ 같은 일본 뮤지션들의 음악을 듣고 비디오를 구해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보기도 한다. 요즘은 한국 영화가 국내외적으로 많은 성공을 거두고 있어 자부심도 느낀다고 한다. 그는 “일본 영화를 보지 않으려고 하는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는 어느 일본 유명 배우의 말을 인용해 스크린 쿼터제까지 동원하며 자국 영화를 지키려는 한국에서 영화 배우를 하게돼 무척 다행이라고 한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 나를 기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는 제임스 딘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장동건. 앞으로 국내외의 수많은 제작자들로부터 러브 콜을 받을 그의 차기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김영찬 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