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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주류소매점'빨리 도입하자

입력 | 2002-01-16 16:58:00


우리나라는 음주에 대해서 지나칠 정도로 관대하다. 사회계층 전반이 과다 음주로 인한 퇴폐향략 문화에 병들어 있으며 특히 청소년 음주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성의 상징인 대학생들이 폭탄주로 숨지는 사고가 연례 행사처럼 반복되고 있고 대학교수 마저 신입생 환영회에서 과음으로 숨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사회와 정부가 이러한 상황을 방관하고 있어도 되는 것인가. 미국 MIT대학이 신입생 환영회에서 과음으로 사망한 신입생 학부모에게 52억원을 배상한 사례는 음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정책 수준이 얼마나 전근대적인지를 분명하게 상기시켜 준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사회와 정부는 청소년을 비롯한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주류 전문소매점 제도 도입은 음주문화 개혁의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일단 언제 어디서 누구나 쉽게 술을 사 마실 수 없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새로운 제도인 ‘주류 전문소매점 제도’ 도입에 대해 주류제조 및 유통업체를 비롯한 대다수의 국민들이 필요한 제도라는 점에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제도 도입을 절대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전국 소매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문소매점 제도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59.1%나 됐으며 절대 반대한다는 의견은 33.2%였다.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정부의 도입안은 기존 소매점에 대해 상당한 기득권을 부여하고 있다. 제도도입 초기에는 기존 소매업체 모두에 면허를 주고 장기적으로 면허취소 등에 의한 자연감소분을 위주로 면허수를 줄여나가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주류소매점들은 주류 판매시간과 판매대상 등 법이 정하는 규칙만 잘 지키면 제도적인 보호를 받으며 안정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술 제조업체들도 시장을 보는 시각을 바꾸어야 생존할 수 있다. 외국과는 달리 소수의 대중 브랜드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특정 제조사가 제조물책임제도에 의해 피소할 가능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주류제조업자, 도매업자, 소매업자들이 자발적으로 국가적 명제인 주류 소매유통 개혁에 나서야 할 때다. 주류 전문소매점 제도가 하루 빨라 도입될 수 있도록 사회와 이해관계자 집단의 전향적인 참여를 기대해본다. 주류소매유통 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정헌배(중앙대 교수·주류유통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