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대철(鄭大哲) 김근태(金槿泰) 정동영(鄭東泳) 상임고문과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 부총재와 김덕룡(金德龍) 의원 등 여야 개혁성향 중진의원 5명은 6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야의 소모적 정쟁 중단과 정당 개혁 및 정치 개혁을 촉구했다.
당초 ‘화해와 전진’ 포럼이 준비한 회견이었지만, 민주당 쇄신연대의 핵심인 정동영 고문까지 가세해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정치쇄신을 위한 우리의 호소’라는 성명서를 통해 “‘희망의 예술’이라는 정치가 국민에게 실망과 절망만을 안겨주는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렸고, 정치인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도덕하고 부패한 집단으로 낙인 찍혀 왔다”며 여야 모두에 정치개혁을 촉구했다.
이들은 △1인지배 정당을 민주정당으로, 지역정당을 전국정당으로, 폐쇄적 정당을 국민 참여 정당으로, 권력추구 정당을 정책정당으로 탈바꿈하는 정당개혁에 나서고 △의원의 양심과 소신에 따른 자유투표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중진들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민주당 당적 이탈 문제를 제기하자,참석자들의 의견은 ‘여와 야’로 갈라지고 말았다. 이부영 부총재가 “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는 정당 민주화를 위한 좋은 계기가 됐지만, 당적을 유지하는 한 민주당의 쇄신이 언제 되돌려질지 모른다”고 말하자, 김덕룡 의원은 “정치개혁을 위해 김 대통령이 당적을 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정동영 고문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해외순방을 나갈 때 무려 108명의 의원이 공항까지 나가 환송했다는 얘기를 듣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며 “정치개혁의 핵심은 ‘대통령의 당적 이탈’이 아니라 ‘제왕적 총재 시스템의 개혁’”이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정대철 고문도 “여당은 정당 및 정치 개혁을 하는데 야당이 안 한다면 말이 안 된다. 정치개혁은 여야가 함께 하는 것이다”라며 한나라당의 비개혁성을 꼬집었다.
‘개혁 신당(新黨) 창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서로 뜻이 달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여야 중진 협의회를 만드는 등 정치개혁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모아 나갈 것”이라며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여당 의원들은 “모임의 취지가 퇴색될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근태 고문은 “이 모임이 정치개혁의 목적을 벗어나게 되면, 각자 당내에서 개혁을 외칠 수 있는 목소리도 작아지게 된다”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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