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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넓히기]도정일/생각하는 아이로 키워라

입력 | 2001-11-09 18:43:00


예년에 비해 금년 대학 수능시험의 난이도 편차가 갑자기 달라졌다해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막대한 사교육비를 들여온 부모들은 부모들대로 절망하고, 교사들은 동서남북 어느 대학에 학생들을 보내야할지 몰라 난감해 한다. 고통이 제일 큰 것은 물론 당사자인 고3년생들이다. 남학생들은 학교에 얼굴 내밀지 않고 여학생들은 서로 부둥켜 안고 운다. 초상집 분위기다.

문제가 발생하면 사회는 손가락질 할 곳부터 찾는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누가 잘못했는가? 누구 책임인가? 손가락 화살들이 제일 먼저 쏠리고 있는 곳은 교육인적자원부다. (딴소리지만, 교육부면 교육부지 ‘교육인적자원부’라니 이렇게 기분 나쁜 반(反)교육적 문패를 꼭 달고 있어야 하는가?) 지금의 고3생들은 일관성 없는 정책의 애꿎은 희생자라는 것이다. 수능출제의 제도적 비안정성에도 화살은 쏠린다. 수능은 수학능력 측정이 목적인가, 변별성 높이기가 목적인가? 왜 자꾸 이랬다저랬다 널뛰기하는가?

지금 수능에 관한 얘기를 쓰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교육과 관련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가 무엇이고 ‘기본적 문제’는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가장 절실한, 그러므로 가장 시급하게 정책적 해법이 강구되어야 할 것은 지금 대한민국 모든 가계에 지워지는 살인적 사교육비 부담을 어찌할 것이며 무너진 공교육을 어떻게 제 자리로 돌려놓을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정부는 정부가 아니다.

대학입시와 관련해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대학 교육의 목표를 어디에 둬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지금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기능교육’이다. 그러나 백번 말하거니와 기능교육은 대학교육의 ‘기본’이 아니다.

대학교육의 기본은 기능인을 기르는 데 있지 않고 ‘생각하는 사람’(thinking man)을 길러내는 데 있다. 대학교육의 여러 다른 목표들은 이 기본 위에 서 있어야 한다. 학부모, 정부, 중등교육 담당자들과 대학, 그리고 사회 전체가 이 기본을 기본으로 인식하지 않는 한 대학 입시를 둘러싼 사회적 고통과 교육의 파행은 끝나지 않는다.

대학이 생각하는 사람 기르는 곳일 때, 대학 수학을 위한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을 키워주는 일이다.

엄청난 사교육비 투자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은 제 힘으로 생각할 줄 모르고 생각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 그들을 대신해서 생각해주는 사람(가정교사, 학원 강사)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논술도 외워서 쓰고 대학 들어오면 보고서도 어디 가서 남의 것을 ‘퍼’ 온다. 생각하게 하는 문제가 나오면 그냥 안절부절이다.

생각의 능력을 키우는 데는 수백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유효한 것의 하나가 ‘책읽기’다. 책 읽는 아이들은 스스로 문리가 튼다. 학교 도서관 살리기 운동도 그래서 나오고 독서교육론도 그래서 있다.

책 읽히는 교육은 공교육 회복의 길이기도 하다. 책읽기가 반드시 쉽고 즐거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그것이 ‘교육’ 아닌가? 학부모들이여, 교육 회복을 위해 생각 좀 하자.

(경희대 영어학부 교수·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