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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이부부의 세계 맛기행]'북경 오리'가 사람 잡은 날

입력 | 2001-11-08 16:39:00


요리의 천국 중국의 그 많고 많은 요리 중에서도 대표 선수를 꼽으라면 어떤 것을 떠올리시나요? 바로 '베이징덕(북경 오리)'. 마치 우리나라 거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양념통닭'집들과 마찬가지로 중국 어디서나 유리로 된 식당 안에서 벌겋게 되도록 철봉을 하고 있는 오리들을 볼 수 있답니다.

중국에 왔으면 '베이징 덕'을 꼭 먹어봐야겠다는 사명감에 늘 군침을 삼키면서도 '베이징 덕을 베이징에서 먹어야지 괜히 다른데에서 먹었다가는 명함도 못내민다'하고 그날만을 기다렸었지요. 마침내 시안(西安)에서 장장 14시간의 야간열차를 타고 도착한 북경. 그 유명한 '북경오리집'이 어디에 있는지 위치 확인에 들어갔습니다. 다행히 베이징덕을 하는 수많은 집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그리고 가장 비싸다는(흑흑...) '전취덕 고압점(全聚德 고鴨店)'(고자는 우리가 쓰는 한자가 아닙니다.불火변에 생각할 考를 붙여쓰죠.)이 우리가 묵은 호텔과 아주 가까이에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베이징덕'을 먹게 되었다는, 그것도 '정통 원조'에서 먹는다는 부푼 기대를 안고 저녁 무렵 전취덕 고압점을 방문했습니다. 역시 정통답게 문앞에는 세계의 명사들(부시대통령, 타이슨, 등소평 등)이 들렀던 사진이 걸려있고, 안에는 서양사람을 비롯한 외국인, 그리고 중국인으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늘 그렇듯이 뭘 어떻게 주문해야 할지 몰라 어리버리하고 있던 우리에게 미끈하게 잘 생긴 총각웨이터가 다가와서 괜히 아는 척하며 '이라샤이마세'하며 일본말을 하길래 'We are Korean'하고 가볍게 망신(?)을 준 후 그 총각이 하라는 대로 '세트 메뉴'를 주문했지요. 우리처럼 어리버리한 관광객에게 '세트 메뉴'란 얼마나 편리한 시스템인지... ^^;

베이징덕을 먹는 방법은 여러가지인데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얇게 저민 껍질과 고기를 전병에 싸먹는 '압피, 압육(鴨皮.鴨肉)'이고 그 외에 고기부분을 콩나물이나 숙주와 볶아 먹는 '鴨絲烹芽葉' 등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물론 우린 가장 일반적이고 대표적인 '압피,압육'을 먹게 되었지요.

조금뒤 오리 껍질과 고기가 담긴 접시 한그릇, 전병 한접시, 파 썰은 것, 춘장같이 생긴 양념장, 그리고 아마도 오리를 고은 물 같은 스프까지 다섯 개의 접시가 세트로 나왔습니다. 종업원이 친절하게도 어떻게 먹는지 시범까지 보여주더라구요. 오리껍질과 고기를 전병에 놓고 파와 춘장을 약간씩 올린후 싸서 먹으라더군요. 의외로 껍질과 고기를 많이 주지 않아 실망을 금치 못한 우리는 "얼마 안되니 아껴먹자" 하고 서로를 견제하며 한장씩 전병에 싸먹기 시작했습니다.

오리껍질부분은 매우 바삭바삭하면서, 씹으면 사이사이에 배인 기름이 입안에 퍼지면서 고소하게 느껴지고 고기부분은 쫄깃쫄깃한 육질을 가져서 의외로 껍질과는 다른 담백한 맛이 있었답니다. 그리고 느끼한 맛을 없애기 위해 전병에 넣어먹는 파와 춘장이 아주 제역할을 하더군요. 파의 풋풋한 맛과 춘장의 짭짤한 맛이 잘 조화를 이루어 전체를 입에 넣으면 푸짐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맛있다, 맛있어!" 를 연발하며 그렇게 한 절반 가량 잘 먹었죠. 그런데 절반을 넘어가면서부터 음식을 먹는 속도가 현격히 떨어지는 겁니다. 그리고는 점점 속이 느글거리기 시작하는게 아니겠습니까. 거기다가 전병에 싸먹으니 양도 생각보다는 꽤 되어서 배도 불러오고. 결국은 오리기름기로 위장이 견딜 수 없이 미끌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주섬주섬 잘 먹던 설마담은 '오리기름기'가 느껴질 때 쯤 되어서 야속하게도 " 나 원래 오리 못 먹는다. 속이 안 받나 봐" 하며 젓가락을 놔 버렸습니다. 어쩔수 없이 먹는 것 절대 남기지 않는 홍대리가 약 1.5인분의 오리껍질과 고기를 먹어야했고 오리집에서 나올 즈음에는 '식용유를 한 컵 정도 마신 것 같은' 느끼함에 몸부림치더군요. 나오자마자 우린 슈퍼로 가서 콜라를 사서 '원샷'으로 단숨에 들이키고는 '꺼억~'하고 답답한 가슴을 비워내야 했습니다. -_-;

호텔에 겨우겨우 도착해서 홍대리는 정신을 못차리고 침대에 쓰러지고, 설마담은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습니다. 급기야 밤에는 둘다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나는 '체한 증상'에 시달려야 했지요. 이 유명하다는 음식을 비싼 돈 주고 먹었는데 우린 왜 이런지 원....

"우리가 너무 촌스러운건가?"

☞ 어디서 먹나요?

「베이징 덕」저희가 먹은 곳은 베이징 덕의 '원조'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전취덕 고압점'이란 곳입니다. 1864년에 처음 생겨 북경 시내에만도 여러개의 지점을 두고 있는 곳이죠. 그 중에서도 본점은 '전문(前門)-천안문광장 건너편'을 등지고 50미터 정도 걸어가면 왼쪽에 붉은 간판을 볼 수 있답니다. 너무 유명해서 여행 가이드 책자마다 빠진 곳이 없으니 찾기는 어렵지 않으실 겁니다.

☞ 가격

세트 메뉴 1인분 70원(중국 1원=우리돈 약 150원)

이거 무지 비싼겁니다. 물만두 420개 가격이죠.-_-;

느끼한 걸 싫어하는 분이시라면 2명이 가서 1인분만 시켜 '맥주 한잔'이랑 드셔보세요. 그럼 딱 좋을 것 같네요. 반대로 기름진 음식 무리 없이 좋아하는 분이라면 정말 딱일겁니다.

아직도 오리 생각만 하면 헛구역질이 날 것 같은 꿈틀이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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