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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자연국가'로 공존의 길 열어야 '자연을 위한 항거'

입력 | 2001-11-02 18:24:00


◇ 자연을 위한 항거/ 클라우스 미하엘 마이어-아비히 지음 박명선 옮김/ 190쪽 1만원 도요새

“진드기의 세계에는 젖산과 젖산이 아닌 것, 따뜻한 것과 찬 것, 밝은 것과 어두운 것 이상의 구분은 없다. 진드기용 신문이 있다면 그 이상은 보도할 게 없을 것이다.”

포유류의 피를 먹고 사는 진드기는 이 세 가지 감각 능력만을 갖고 있고, 그들이 사는 세상은 이 감각을 통해 전해지는 것이 전부다. 그리고 그의 동작 특성도 이 세 가지 감각능력과 연관돼 있다. 진드기가 사는 세상은 인간의 세상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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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에센대 교수로 저명한 자연철학자이자 생태윤리학자인 저자는 “각각의 생명체는 자신의 고유한 환경과 독특한 생활공간을 필요로 한다”며 “그 중에서 우리 인간의 생활공간은 자연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수없이 다양한 환경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약 30년 전부터 형성된 생태윤리 또는 환경윤리는 다섯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인간을 중심에 두고 모든 것을 인간에 관련시키는 인간중심적 윤리, 둘째는 자연과의 관계에서 인간의 이해관계는 인정하되 그 한계를 설정할 수 있다고 보는 방법론적 인간중심주의 윤리, 셋째는 고려의 범위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모든 피조물들까지 확대시킨 파토스중심적 윤리, 넷째는 식물을 포함한 모든 대상을 인간 자신의 보호대상에 포함시킨 생물중심적 윤리, 다섯째는 생명 없는 물질도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전일적 또는 자연중심적 윤리. 파토스 중심적 윤리 계열에 피터 싱어가 포함된다면, 마이어-아비히는 아느 네스와 함께 자연중심적 윤리 계열에 속한다.

감성(또는 감각)과 행위의 밀접한 연관성을 주장하는 마이어-아비히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 ‘감성의 회생’을 주장한다.

산업화 도시화와 함께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감성이 무디어지면서 자연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는 지를 느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이 자연 속에 산재해 있는 동식물과 생태계와 교감할 때 자연 파괴의 심각성을 느끼며 삶의 방식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는 인간의 생존기반이 파괴돼서는 안 된다는 인간중심적 사회국가(Sozialstaat)의 자연보호 차원을 넘어 자연국가(Natur-Staat) 단계로의 정치적 변혁을 요구한다.

인간의 사회적 규칙이 자연의 법칙과 조화를 이루고 인간이 사회적 질서뿐 아니라 동시에 자연의 질서 속에 자리잡는 자연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