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씨네리뷰]'달마야 놀자' 주먹보다 센 웃음!

입력 | 2001-11-01 18:40:00


우가 쏟아지는 밤, 도심 지하주차장에서 조폭(조직폭력배)간의 패싸움이 벌어진다. 각목과 횟칼을 쥔 수십명의 조폭들에게 맞아 피투성이가 된 또다른 조폭 무리는 간신히 봉고차에 올라타 도망친다.

‘달마야 놀자’의 첫 장면은 이렇게 시작한다. 또 찌르고, 때리고, 죽이는 조폭 영화야?그러나 이 영화의 ‘조폭스러움’은 여기까지다. 이후부터는 사찰을 배경으로 스님과 조폭간의 경쾌한 소극(笑劇)이다.

은신처를 찾던 중간 보스 재규(박신양)와 부하인 불곰(박상면), 날치(강성진), 왕구라(김수로), 막내(홍경인)는 첩첩산중의 이름모를 절로 숨어든다.

절을 ‘접수’하려는 재규는 부하들에게 “늘 하던 대로 ‘업소’ 관리한다고 생각하면 돼”라고 했지만 이번 ‘업소’는 만만치 않다.

무술의 달인이자 절의 ‘넘버2’인 맏상좌(첫번째 제자라는 뜻)인 청명스님, 도끼질의 명수인 현각스님, 묵언수행(默言修行)중인 명천스님, 해병대 출신인 대봉스님 등 4명의 젊은 승려들은 주지인 노스님(김인문)의 허락 때문에 마지 못해 이들을 받아들이나, 틈만나면 쫓아내려고 한다.

조폭들은 스님들과 ‘다이 다이’(일대일)로 ‘맞장’떠 담판짓기로 하고 기상천외한 5판 3승제의 내기를 벌인다.

‘달마야 놀자’는 유쾌한 오락영화다. 우선 벌레 한 마리도 함부로 죽이지 않는 스님과 칼부림을 밥먹듯 하는 조폭이 같은 공간에서 서로 부대낀다는 설정만으로도 웃음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그리고 영화는 이런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다.

조폭과 스님이 황당한 내기중 번갈아 이기고 지는 과정은 이 영화에서 가장 웃기는 대목. 2대 2로 비긴 양측에게 노스님은 “밑깨진 독에 물을 가득 채워 보라”는 불가의 화두같은 문제를 던진다. 10년간 수행해 온 상좌(제자)들도 쉽게 풀지 못한 이 문제. 그러나 재규는 불현듯 깨달음을 얻은 듯 풀어내고, 조폭들의 본격적인 처사(處士·절에 잠시 머물다 가는 일반인) 생활은 시작된다.

간간히 깨달음을 툭툭 던져주는 노스님의 캐릭터와 불교에 대한 친근감을 갖게 해주는 스님들 덕분에 ‘달마야 놀자’는 불교를 다룬 몇몇 영화들이 스님들의 거센 반발을 샀던 것과 달리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다.

‘달마야 놀자’는 조폭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코믹 액션 영화라는 점에서는 ‘신라의 달밤’이나 ‘조폭 마누라’ 등과 공통점을 지니지만, 그 웃음의 성격은 다르다. 특히 흥행에는 크게 성공했으나 과다한 욕설과 폭력 그리고 섹스를 웃음의 코드로 내밀어 ‘저질 논란’에 휩싸였던 ‘조폭 마누라’에 비교하면 이 영화의 웃음은 자극적이지 않다.

상업 영화의 경우 대개 흥행과 비평이 반비례하지만, ‘달마야 놀자’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데 어느 정도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평론가 주유신씨는 “조폭에게 낯선 공간(절), 스님에게 낯선 대중(조폭) 등 이 둘의 어울림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이 밝고 깔끔하다”며 “올해 나온 코믹 액션중 가장 수작”이라고 평했다.

폭들이 승려를 ‘빠박’ ‘영감’ ‘중’에서 ‘스님’으로 부르듯, 극과 극으로 대립하던 두 집단이 서로 화해하는 과정을 웃음으로 담아냈다는 점이 이 영화의 큰 장점이다.

코믹 영화에 첫 출연한 박신양을 비롯 김인문 정진영 김수로 이원종 등 코믹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들의 능청스런 연기가 돋보인다. 특히 스님역을 맡은 배우들은 반야심경 천수경 등을 실감나게 외워 진짜 스님들에게 “10년쯤 수행한 것처럼 보인다”는 칭찬을 들었다.

그러나 단역이긴 해도 일부 캐릭터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한 예로 비구니 연화스님(임현경)은 줄거리상 ‘존재의 이유’를 찾기 어려운 캐릭터다. 또 애초 ‘감초’ 역할로 설정된 듯한 사이코 고시준비생 ‘츄리닝 맨’(김영준)도 조폭과 스님들의 개성에 눌려 기대한만큼의 역할을 보여주지 못했다.

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