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총재단 회의
올해 정기국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 야당의 힘에 의해 좌지우지될 전망이다. 지난달 DJP공조 붕괴로 신(新)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된 데 이어 10·25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완승, 국회 과반의석에 1석 모자라는 136석을 확보함으로써 거대야당은 입법부 권력을 마음껏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벌써부터 여권 내에서는 “현 정부가 추진해온 각종 개혁정책이 뿌리도 내리기 전에 거세될지 모른다”며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미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방송법과 남북협력기금법, 교육공무원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의 정기국회 처리에 합의했다. 또한 세 부담을 크게 낮추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과 5개 권력기관의 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의무화하는 국회법 개정안 처리에도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방송위원 구성방식 변경〓한나라당과 자민련은 방송위원회 위원을 국회 의석비율 대로 구성토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 추진에 합의한 상태다. 야당의 뜻대로 법 개정안이 관철될 경우 방송위는 한나라당과 자민련 추천인사 5명, 민주당 추천인사 4명으로 구성되면서 야당이 장악하게 된다.
방송위의 변화는 곧바로 공영방송사의 임원진 구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방송위는 KBS 이사 전원 추천권과 감사 임명권,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일부 추천권과 감사 임명권, 교육방송 사장과 감사 임명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지원 국회사전동의 의무화〓한나라당과 자민련은 50억원 이상의 경제 분야 협력 및 지원사업과 5억원 이상의 사회문화분야 협력 및 지원사업 등에 대해 국회 사전동의를 얻도록 하는 남북교류협력사업법 및 남북협력기금법 개정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현 정부의 대북지원 사업은 상당부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교원 정년 조정〓한나라당과 자민련은 교육공무원법을 개정, 교원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63세로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민주당은 현 정부가 교육개혁 차원에서 시행한 62세안을 고수하고 있지만 야당이 표결처리에 나설 경우 저지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야당안이 관철될 경우 2003년 정년퇴직 대상 교원 1800여명이 교직에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세법 개정안〓한나라당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소득세와 법인세율을 현행보다 10% 인하하고 특별소비세율을 평균 30% 낮춰 총 5조6000억원 가량의 국민 세부담을 줄이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자민련도 세율인하의 폭에는 이견이 있지만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에 동의하고 있다.
민주당은 각종 과세대상과 범위, 세율 등을 부분 조정해 1조8000억원 가량의 세수를 줄이는 온건한 내용의 정부 세제개편안으로 맞서고 있다. 한나라당안이 관철될 경우 당장 정부는 내년 경제운용 기조를 바꾸는 것이 불가피하다.
▽국회법 개정안〓한나라당은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을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금융감독위원장 등 5개 권력핵심기관의 장까지 확대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들 기관의 선거 개입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자민련 역시 이에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청장 외에는 당분간 이들 기관의 장이 교체될 가능성이 없어 인사청문회 대상 확대 효과는 미지수다.
▽주5일 근무제〓시행일정과 연월차 생리휴가 등을 둘러싸고 노사간에 견해차가 커 노사정위원회에서 자율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안을 제출한다는 것이 여권의 방침이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시기상조라며 도입에 반대하고 있어 정부가 법안을 제출하더라도 정기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기국회 주요 안건
안 건(내용)
여야 견해
방송법(방송위원 국회 의석 비율로 추천)
한나라당 자민련 찬성, 민주당 반대
교육공무원법(교원 정년 62세→63세 조정)
〃
남북교류협력법(남북교류사업 사전 심사)
〃
남북협력기금법(5억원 이상 사업 국회 동의)
〃
세법(법인세 특소세 등 인하)
한나라당 찬성, 민주당 반대
건강보험법(건강보험 재정 통합 백지화)
한나라당 찬성, 민주당 반대
근로기준법(주5일 근무 도입, 법안 미 제출)
민주당 찬성, 한나라당 반대
국회법(검찰총장 등 인사청문회 대상 포함)
한나라당 찬성, 민주당 반대
내년 예산안(미 제출)
한나라당 삭감, 민주당 원안 통과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