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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아메리칸 스윗하트' 빗나간 상혼에 물든 할리우드 비틀기

입력 | 2001-09-24 18:44:00


할리우드 최고 커플로 공인 받던 그웬(캐서린 제타 존스)과 에디(존 쿠삭)는 ‘시간을 넘어서’라는 영화를 찍다가 그웬이 바람을 피우는 바람에 별거한다. 개봉일을 앞두고도 영화 촬영이 이들 때문에 별 진전이 없어 망하기 일보 직전인 제작자는 홍보 전문가 리(빌리 크리스탈)에게 초 호화판 시사회를 열어 이들을 재결합시키라고 한다.

최근작 중 보기 드문 초호화 캐스팅의 ‘아메리칸 스윗 하트’는 제목대로 할리우드 스타들의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배경인 할리우드를 자기 파멸로 치닫는 ‘몹쓸 동네’로 설정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영화의 상당 부분은 할리우드의 빗나간 상혼을 정색하고 비틀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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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는 시사회에 참석할 기자들에게 영화 ‘시간을 넘어서’에 나오는 총을 선물하자는 직원의 제안을 조롱하며 최고급 가방을 준비하라고 명령한다. 에디가 그웬을 만나려는 과정에서 마치 자위행위를 하는 듯한 장면이 경비 카메라에 찍히자, 리는 이를 빼내 오히려 방송국에 건네주면서 영화 홍보를 극대화하기도 한다.

이렇게 이 영화가 할리우드에 대해 이상하리만큼 신경질적인 것은 무엇보다 감독 존 로스의 개인적인 경력과 직결되어 있다. 1990년부터 10여 년 동안 20세기폭스와 월트디즈니 등의 영화사를 이끌었던 로스는 마케팅비용이 총제작비의 50%에 육박하기 시작한 1998년부터 영화 제작에 염증을 느껴 온 대표적인 인물.

그러나 감독의 이러한 개인적인 사연 탓인지, 영화는 정작 스토리텔링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마저 확보하지 못한 채 중반이 한참 지나서야 로맨틱 코미디로 돌변한다. 그래서 에디는 그웬의 친언니이자 개인 비서인 키키(줄리아 로버츠)에게 별 계기도 없이 옛 추억에 의존한 채 사랑을 느끼고, 가뜩이나 동생 뒷바라지에 환멸을 느끼던 키키는 에디의 머뭇거림에 답답해한다. ‘진짜 사랑 찾기’와 ‘할리우드 흠집내기’가 함께 절정에 이르는 종반부에서는 사실 어느 게 주제인 지 다소 헷갈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화는 마지막에서 ‘사랑 찾기’로 결국 방향을 틀고, 할리우드의 상혼을 포함한 영화 속 모든 문제는 엉뚱하게도 변덕 심하고 공주병 환자인 그웬에게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한계를 드러낸다.

그렇다고 이렇게 다소 삐걱거리는 플롯이 줄리아 로버츠, 캐서린 제타 존스 등 주연 4명의 색깔 분명한 호연을 전혀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 ‘노팅 힐’에서 할리우드 스타로 나왔던 줄리아 로버츠가 이 영화에서 스타 뒷바라지 역할로 나오는 것을 주목해 봐도 재미있을 듯. 2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