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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내친구]탕…탕…탕… "스트레스를 쏜다"

입력 | 2001-09-11 18:39:00

'쉿! 지금은 정신 집중중' 날카로운 눈매로 클레이 피죤을 쫓는 정준화씨.[서영수기자]


"고!" 정준화씨(36)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붉은색 클레이 피죤(타겟) 하나가 태릉 클레이 사격장 산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간다. 피죤을 쫓던 정씨의 총에서 ‘탕’소리가 나는 것과 동시에 타겟은 공중에서 산산히 분해됐고 정씨의 얼굴에는 웃음이 번졌다.

이 모든 것이 끝나는 데에는 ‘똑, 딱’ 1초정도면 충분했다.

▽격파! 스트레스

‘정신집중-초긴장-평정’. 클레이 사격의 한 순환주기다. 한발 한발 쏘며 이 순환주기를 몇차례 반복하면 사대(射臺)에 올라가기 전 마음을 내리 누르던 스트레스는 ‘탕 탕’ 총소리와 함께 허공속으로 날아가버린다. 피죤을 맞히고 안맞히고는 문제가 안된다. 물론 명중된 피죤이 산산조각난다면 상쾌감이 배가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때문에 코미트창업투자 상무이사로 일상의 스트레스가 적지않은 정씨가 클레이 사격에 빠진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미국 유학시절부터 본격적으로 클레이 사격을 배운 그가 7년전 귀국해 군복무 등으로 잠시 놓았던 총을 다시 잡은 것은 3년전. 그후로는 사냥시즌(11월∼2월)을 제외하고는 매주 한번은 꼭 태릉사격장을 찾는다.(정씨는 사냥광이기도 하다)

▽보너스

맑은 정신과 배, 팔 근육 강화는 덤이다.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니 정신이 맑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런데 반대로 맑은 정신은 적중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정씨의 경험이다. 또 3.8㎏정도의 총을 들어야 하니 팔 근육이 강화되는 것도 당연한 이치. 그럼 배 근육은? 총을 받치는 것은 물론 팔이지만 피죤을 쫓아 총구를 위아래로 움직이는 방법은 상체를 굽혔다 폈다하는 것이어서 배 운동이 되기 때문.

▽여자가 더 잘 배운다(?)

처음에는 군대에서 총을 쏴 본 경험이 있는 남자가 여자보다 오히려 적중률이 떨어진다는 것이 태릉사격장 전인찬 사선부장의 귀띔. 이유는 군대에서 사용하는 M16과는 달리 클레이 사격은 조준사격이 아니기 때문. 따라서 총구와 움직이는 피죤이 수평이 됐을 때 방아쇠를 당겨야 하는 클레이 사격은 두 눈을 모두 뜨고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자꾸 한눈을 감고 조준사격하려는 습관이 들어있는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애를 먹을 수 밖에 없다는 것. 기자도 10발정도를 쏘고 나서야 두 눈을 떠야 하는 것을 깨달았다.

ruchi@donga.com

▽초보자도 바로 사격 가능…25발 쏘는데 2만8000원

1000여명의 국내 동호인이 즐기고 있는 클레이 사격은 시속 40∼90㎞로 공중을 날아가는 클레이 피죤(타겟)을 산탄총으로 맞추는 스포츠. 계절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지만 선선한 바람이 부는 봄 가을이 가장 적격이다.

기본 장비인 엽총은 초보자일때는 빌려 쓰는 것이 좋으며 구입할 경우에도 200만원대의 중고총이 적당하다. 귀마개와 색깔이 든 사격안경도 필수품. 복장은 간편한 평상복 차림이 무방하며 사격시 반동을 흡수하고 총이 안미끄러지도록 어깨에 가죽을 붙인 사격조끼를 입는 것이 좋다.

사격요령은 총끝으로 피죤을 쫓다 총끝과 피죤이 일치될 때 방아쇠를 당기면 된다. 사대 앞에서 날아가기 시작한 피죤이 30야드정도 날아갔을 때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적중률을 높이는 비결. 그 지점에서 총알이 산탄되기 때문.

태릉사격장 등을 찾아가면 간단한 안전교육을 받은 뒤 엽총 등 장비일체를 빌려서 바로 사격을 할 수 있다. 가격은 장비임대료 등을 포함해 25발 사격에 28000원. 문의 넥스프리 02-561-7310.

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