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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술투자 구조조정펀드]‘수익률 높여주기’ 논란

입력 | 2001-08-03 23:04:00


국내 2위의 벤처캐피털인 한국기술투자가 당초 실적배당상품으로 판매한 구조조정펀드의 손실을 보전해 주고 회사 자산을 넣어 수익률을 높여주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자산 2028억원, 투자자 4900명으로 국내 최대 규모이자 국내 1호 구조조정펀드인 이 펀드에는 정·관계의 영향력있는 인사들도 상당수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기술투자는 3일 임시주총을 열어 1호 기업구조조정조합에 대해 투자 원금의 손실이 날 경우 원금을 보전해주는 한편 펀드의 부실 자산 137억원을 회사 보유의 우량 자산과 교환, 펀드의 수익률을 높여준다는 합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펀드 자산에는 200억원을 투자했다가 160억원의 손실을 입힌 리타워텍 주식도 들어있다.

한국기술투자의 양영모이사는 “펀드를 조성한 99년 당시 운용 결과에 따라 손실을 볼 수 있는 실적배당상품이라는 사실을 공지했지만 목표 수익률도 100%로 제시했다”며 “서갑수 전회장이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되자 투자자들이 회사의 부실 경영 탓이라며 손실 보전을 요구해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일반 펀드는 원본 보전을 명백히 금지하고 있고 무엇보다 회사 자산과 펀드자산을 교환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며 “이같은 결정으로 인해 개인투자자는 투자책임원칙에 어긋나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질 수 있고 벤처캐피털사는 과거 투신사처럼 부실이 불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술투자 양이사는 “일반펀드와는 달리 구조조정펀드의 근거법인 산업발전법에는 원본보전 금지규정 등이 없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또 이 펀드가 국내의 첫 구조조정펀드라는 점에서 현재 운용중인 25개의 다른 구조조정펀드에도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KTB네트워크 임태순과장은 “이번 선례로 인해 다른 구조조정펀드 투자자들의 원본 손실과 수익률 제고 요구가 잇따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액 주주들의 피해도 문제다. 주총에서 의결됐다고 하지만 코스닥 등록 기업인 한국기술투자의 회사 자산으로 펀드손실을 보전함으로써 이 회사 주식을 매입한 선의의 소액 주주들(27%)이 엉뚱한 손해를 입게 된 것.

한편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해당 펀드의 투자자들 중에 영향력이 높은 인사들이 가입해있어 자칫 손실이 커질 경우 회사 이미지뿐만 아니라 구조조정펀드 전반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술투자 관계자는 “펀드 내에 유력 인사들이 가입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번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구조조정펀드의 근거법인 산업발전법을 관장하는 산업자원부는 펀드의 운용에 관한 규정이 미비하다는 점을 인정해 원본보전 및 회사자산 펀드자산간의 이동 등을 금지한 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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