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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발레]해외무대서 활약하는 허용순- 남편 유룩 시몬

입력 | 2001-07-17 18:41:00


◇"시몬과의 결혼은 발레가 준 선물"

무엇이 열여섯 살 소녀를 그토록 용감하게 만들었을까.

까만 생머리에 눈이 초롱초롱 빛나던 허용순(37)은 1980년 선화예고 1학년을 그만두고 애지중지하던 토슈즈를 들고 발레 유학을 떠났다.

그로부터 21년. 그의 사춘기와 20대 청춘은 발레를 위해서만 존재했다. 모나코왕립발레학교를 거쳐 8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발레단에 입단한 그는 스위스와 독일 발레단에서 솔리스트와 주역으로 활동하면서 강수진(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발레리나가 됐다.

허용순은 60년대 해외로 진출한 김혜식(한국예술종합학교무용원장) 이후 가장 오랜 기간 프로 발레단에서 성공적으로 활동해온 무용수. 지금도 독일 뒤셀도르프발레단의 주역 무용수 겸 지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매년 한두차례 고국을 찾았지만 올 여름은 그에게 발레 유학을 떠났던 생머리 시절만큼 새롭다.

그의 방한 목적은 15일 막을 내린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참가와 ‘두번째’ 결혼식을 위한 것이다. 22일 인천에서 이번 공연의 파트너인 발레리노 유룩 시몬(37·뒤셀도르프발레단)과 웨딩 마치를 울린다.

이들은 4월 독일에서 한번 결혼했지만 한국 친지들의 성화의 못이겨 ‘결혼 무대’에 다시 서게 됐다.

허용순은 “결혼은 발레가 만들어준 인연이자 ‘선물’”이라며 “발레가 아니었다면 내가 먼 이국 땅 독일에 있을 이유도 없었고, 시몬도 만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발레가 없었다면 한국의 허용순과 옛 동독 남부 슈몰른 출신의 발레리노가 만날 일이 있었을까.

두 무용수의 10년에 걸친 만남과 사랑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92년. 당시 허용순은 스위스 바젤발레단, 시몬은 독일 라이프치히발레단 소속이었다.

발레가 두 사람의 인연을 만들었다. 두 발레단이 함께 준비한 공연에서 나란히 남녀 주역으로 발탁된 것.

시몬은 “첫눈에 반했다”면서 “서구의 발레 테크닉은 물론 외부에서 전해지는 모든 것을 배우려는 작은 동양 무용수의 열정이 너무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그 뒤 시몬은 허용순을 따라 한국을 6차례나 방문했고 같은 발레단의 파트너가 됐다. 95년 시몬의 첫 프로포즈가 있었지만 허용순의 집안에서 서양 사위를 반대했다. 마침내 집안을 설득해 ‘인생의 파트너’가 될 수 있었다.

시몬은 결혼 준비에 바쁜지 좀 지친 표정이었다. 기자가 “한국 말 좀 배웠냐”고 묻자 “한국 말 잘 못한다”는 정확한 발음의 우리 말로 대꾸하며 웃는다.

그는 “한국 무용수들은 체격과 테크닉에서 훌륭한 재목들이 많지만 지나치게 클래식 위주로 훈련받고 있는 것 같다”면서 “유럽 발레단에서 대성하려면 클래식 외에도 모던발레와 현대무용적 레퍼토리에 익숙해야 한다”고 말했다.

“6월 ‘그녀는 노래를 한다’를 통해 안무자로 데뷔했습니다. 앞으로 몸이 가능할 때까지 무대에 서고 작품 안무도 계속 할 생각입니다. 어린 시절 꿈인 발레리나가 됐고 또 발레를 통해 파트너를 얻었다면 성공한 인생 아닌가요.”(허용순)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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