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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과장광고 믿고 계약해도 '고객 책임'

입력 | 2001-06-28 18:29:00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분양소장 K씨가 최근 겪은 황당한 경험담이다.

모델하우스 개장 내내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고 청약접수 결과 비교적 높은 경쟁률이 나와 계약도 성공리에 끝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41평형의 경우 3가구 모집에 39명이나 청약, 1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100% 계약을 확신했다.

그런데 계약률은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30%대에 머물렀고, 41평형은 모두 미달됐다. 경위를 조사하던 그는 어안이 벙벙했다. 대부분의 청약자가 ‘1층이어서 계약을 포기했다’고 했기 때문.

“모델하우스를 방문해서 조금만 관심있게 봤더라도 41평형 일반분양분이 모두 1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층을 분양하는지도 모르고, 알아보지도 않고 2년 이상 간직한 1순위 청약통장을 사용한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확산하면서 ‘묻지마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대개 업체 광고나 언론 보도를 보고는 덥석 청약을 한다. 일부는 모델하우스를 찾기는 하지만 건성으로 둘러보고 현장을 찾을 생각도 않은 채 계약을 하기도 한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들이 투자에 따른 결과를 고스란히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너무 가볍게 받아들인다는 것.

이런 투자자들에게 경종이 될 만한 사실이 있다. 최근 법원에서 ‘부동산업체의 광고는 계약을 위한 유인책이지 분양 계약 자체는 아니다’며 광고만 믿고 계약했다가 손해를 보게 된 청약자들의 낸 계약 해지 청구 소송을 잇따라 기각하는 판결을 내린 것.

결국 이 청약자들은 손해가 뻔한데도 계약금을 내고, 약정된 날짜마다 수천만원에 이르는 중도금을 꼬박꼬박 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계약을 해지하려면 분양금의 10%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떼일 수밖에 없다.

누차 강조하지만 업체들이 내놓는 분양 광고는 대부분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 알려준다. 극히 제한되고 왜곡된 정보일 가능성이 크다. 모델하우스의 도우미는 회사에 유리한 정보만을 달달 외우고 나온 ‘앵무새’라고 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이런 광고나 말만 믿고 수 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결정한다면 말 그대로 ‘무모한 행동’일 뿐이다.

적어도 모델하우스를 방문해 구석구석 관찰하고, 사업 현장도 둘러보고, 주변 중개업소에서 광고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또 필요하면 사업지 관할 시군구청을 찾아가 해당 사업의 추진 일정과 주변지 발전 전망을 알아보는 ‘발품’도 팔아야 한다. 손해를 보지않으려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