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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마이클 조던 신드롬과 미국의 문화 제국주의

입력 | 2001-06-22 18:35:00


▼'마이클 조던, 나이키, 지구 자본주의' 월터 레이피버 지음/이정엽 옮김/217쪽 8000원/문학과지성사▼

미국의 대학생인 맥스 퍼렐먼은 1997년 1월 중국의 오지를 여행하고 있었다. 베이징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쓰촨 지역에서 길을 잃은 그는 때마침 고향으로 향하는 티베트인들과 마주쳤다. 그들은 가방을 뒤져 퍼렐먼에게 날고기 한 조각을 건내더니 미국에 대한 질문을 한가지 던졌다.

“마이클 조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저자가 서문에서 소개한 이 일화가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는 마이클 조던이 단순히 뛰어난 농구선수임을 넘어 미국문화의, 나아가 전세계 문화의 상징임을 증명해준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 책에 따르면, 그가 살아있는 전설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조던을 광고 모델로 선택한 나이키와, 조던과 나이키의 달콤한 ‘밀월’을 전세계 시청자들이 지켜보도록 중계한 거대 미디어 그룹의 출현 덕분이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 책은 크게 농구의 역사, 마이클 조던의 일대기, 나이키사의 생성과 발전사, 그리고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이 네 분야의 각기 다른 역사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나의 중심축을 이루며 연결된다. 그것은 바로 미국의 문화적 제국주의다.

나이키사의 필 나이트 회장은 사업 초기 스포츠가 전지구적 문화로 도약할 수 있는 잠재적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간파했다. 국가와 인종을 넘어서 코트에서는 오로지 능력과 기량만이 승부를 가름하기 때문이다. 그는 언어 장벽을 넘기 위해 ‘스워시’라 불리는 나이키의 로고를 개발했지만, 보다 강렬하게 상품 이미지를 전달할 모델이 필요했다. 이 때 조던이 등장한다.

한편, 미국 프로농구 연맹(NBA)은 NBA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려는 야심에 가득찬 데이비드 스턴이 총재로 임명된다. 마침내 마이클 조던, 필 나이트, 데이비드 스턴은 3박자를 이루며 ‘조던〓나이키〓NBA’라는 등식을 성립시킨다.

이는 테드 터너와 루퍼드 머독과 같은 전세계적 미디어 재벌의 출현과 함께 4분의 4박자의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게 된다. 1990년대 초반 미국의 뉴스 전문 케이블 채널 CNN의 걸프전 생중계는 전쟁마저도 하나의 훌륭한 미디어 상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전세계 수억 인구를 시청자로 확보하고 있는 이들은 각기 미국의 문화와 자본주의의 상징인 조던과 나이키를 쉴새없이 선전한다.

그러나 미디어는 조던의 화려한 면모만을 상품으로 이용한 것은 아니다. 조던 아버지의 죽음, 골프 도박 연루 의혹과 같은 어두운 면모를 보도하고 상업적 인기에만 몰두한다는 비난여론을 형성하는 등 ‘미디어로 흥한 자 미디어로 망하는’ 형국을 창출한다. 미디어는 나이키에도 역시 집중 포화를 퍼붓는다. ‘에어 조던’ 운동화를 얻기 위해 친구를 살해하는 청소년을 대서특필하고 동남아시아의 나이키 공장 근로자들의 노동력 착취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한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 역시 ‘승리로 모든 오욕을 씻어낼 수 있는’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쉽게 묵인된다. 조던과 나이키에 대한 비난이 절정에 달하던 1998년 NBA 결승에서 마이클 조던이 마지막 승부 슛을 성공시킨 후 나이키의 운동화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이 책에서 저자는 조던과 나이키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 분석을 통해 지구촌시대에 미국은 피해갈 수 없는 존재임을 역설한다. 미국 문화가 얼마나 교묘한 방식으로 우리 삶 곳곳에 침투해 있는가를 느낄 수 있다.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