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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첨밀밀'의 두 스타 관객 유혹

입력 | 2001-06-11 18:37:00


‘소살리토’는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홍콩스타 장만위(張曼玉) 리밍(黎明)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이 영화는 1996년 국내 개봉돼 애잔한 러브 스토리로 감동을 남긴 ‘첨밀밀(甛蜜蜜)’과 여러모로 비교된다. ‘첨밀밀’과 똑같은 남녀주인공을 내세웠기 때문. 감독이 류웨이창(劉偉强)으로 바뀌었지만 철저하게 두 주인공의 매력에 의존하고 있는 점은 같다.

이 영화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무대로 컴퓨터그래머 마크(리밍)와 택시 기사로 생계를 꾸려가는 무명화가인 이혼녀 엘렌(장만위), 두 30대의 사랑과 갈등을 담았다.

‘첨밀밀’이 러브 스토리이면서도 중국 본토와 홍콩,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갈등 속에서 뿌리를 잃어버린 이들의 몸부림을 밑그림으로 보여준 반면 ‘소살리토’는 거의 ‘사랑 타령’으로 일관한다. 특히 같은 홍콩 출신이면서도 삶의 방식이 다른 두 연인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췄다.

젊은 나이에 부와 명성을 얻은 마크는 유능하지만 진지하게 누군가를 사랑한 기억이 없는 이기적인 존재다. 엘렌은 화가와 작가 등이 모여사는 샌프란시스코의 주택가 ‘소살리토’를 소재로 거리의 벽에 그림을 그리면서 아들과 함께 살아간다.

어느날 나이트클럽에서 우연하게 만난 두 사람은 충동적인 섹스 뒤 서로 끌리지만 사소한 오해와 마크의 독단적인 성격 때문에 갈등을 빚는다.

영화는 초반 핸드 헬드 카메라를 이용해 엇갈리는 두 연인의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섬세한 심리묘사로 관객을 유혹한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이 작품은 시간이 흐르면서 엘렌이 다른 여성의 덫에 걸린 마크를 목격하는 등 우연의 연속과 코미디가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웃음의 과잉으로 갈 길을 잃어버렸다. 류웨이창 감독은 ‘첨밀밀’의 두 스타를 불러 멜로도 아니고, 자신의 장기인 액션도 아닌 묘한 냄새가 나는 ‘잡탕찌개’를 내놓고 말았다.

‘매우 달콤하다’는 의미를 가진 ‘첨밀밀’의 기억을 싹 지워버리고 그래도 매력적인 장만위의 모습에 시선을 두는 게 속 편하다. 15세 이상 관람가. 16일 개봉.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