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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특목고-영재학교 준비" 초등생도 경시대회 몰린다

입력 | 2001-06-07 18:32:00

최근 열린 경시대회 설명회에 초등생학부모들이 몰려 정보수집에 열을 올렸다.


《“경시대회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중학교 과정까지 미리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될까요? 초등학교 5학년인 우리 아이는 너무 늦은 것 같은데….” 4일 오후 2시 초중고교생 대상 경시대회 설명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모 영재교육센터 회의장. 2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가 끝난 뒤 초등학생 학부모 서너명이 강사 주위에 몰려들어 경시대회에 대해 궁금한 점을 이것저것 물어보는 등 열띤 질문 공세를 벌였다. 이날 설명회에는 고교 3년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물론 초등학교 4년생 아들을 둔 아버지까지 학부모 60여명이 몰렸다. 초등학생 학부모도 무려 18명이나 참석했다.》

이날 서울 시내 두 곳에서 경시대회 설명회를 개최한 이 센터의 한 관계자는 “예약한 학부모 수에 맞춰 준비한 자료집 150부가 모자랄 정도로 학부모들의 관심이 컸다”면서 “초등학생 학부모가 많이 참석한 것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경시대회는 이제 대학 입시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는 고교생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는 초등학생까지 경시대회 준비에 나서고 있다. 경시대회 비중이 큰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입시 설명회나 경시대회 설명회 등에 초등학생 학부모들이 참석하는 것은 흔한 풍경이다.

지난달 한 사교육업체가 4일 동안 개최한 2002학년도 특수목적고 입시요강 설명회에 3000여명의 학부모가 몰렸고 이 가운데 초등학생 학부모는 400여명이었다.

▽왜 몰리나〓중고교생과 달리 초등학생은 대부분 부모들에 이끌려 경시대회에 응시한다. 초등학교에서 학력평가시험이 없어진 뒤 자녀의 학력을 점검할 기회를 갖지 못한 학부모들이 경시대회를 학력 측정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시대회가 자녀가 우수한 학생의 대열에 포함되나를 알아보는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 경시대회 등을 준비하며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목고 입시와 대학 입시 등을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2, 3년 안에 설립될 영재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지대한 관심이 경시대회의 열풍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초등학교 5년생 딸을 둔 김모씨(40·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는 “경시대회에 참가해 아이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며 과학고 입시 등을 미리 준비할 생각”이라며 “주위 학생들에 비해 많이 늦은 편”이라고 걱정했다.

▽‘족집게’ 고액 개인과외〓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부 최모씨(37)는 초등학교 3년생 딸을 수학경시대회에 내 보내려고 개인과외를 할 족집게 과외 강사를 알아보고 있다. 최씨는 “수학경시대회 문제집을 2, 3개월에 걸쳐 풀어주는 개인과외가 인기”라면서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 한 반에 4, 5명 정도가 경시대회에 대비해 개인과외를 받는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경시대회 성적에 집착하면서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경시대회 대비 ‘족집게’ 고액 개인과외까지 성행하고 있다. 경시대회 대비 개인과외는 대부분 경시대회를 2, 3개월 앞두고 시작된다. 유명 경시대회 대비 학원의 강사를 초빙해 미국 호주 등지의 외국 경시대회와 국내 유명 경시대회 기출문제 등을 1, 2개월간 집중적으로 연습한다. 한 주에 2∼3회 2시간씩 과외를 받는 데 드는 비용은 웬만한 고교 3년생 과외비를 뺨치는 한 달에 200여만원.

전국 규모의 수학경시대회를 주관하는 사설교육기관의 한 관계자는 “일부 학부모들이 개인과외를 해 줄 강사를 소개해달라거나 문제를 내는 교수를 알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해 난처할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3년간 경시대회 응시인원 추이

대 회

1999년도

2000년도

2001년도(상반기)

한국수학경시대회(KMC)

62,431명

58,192명

37,270명

성균관대 주최전국 영어수학학력경시대회

-

28,397명

37,747명

한국수학학력평가(KME)

5,000명

37,000명

60,000명

실용수학검정시험(GMC)

-

35,000명

6,000명

한국영재올림피아드

-

20,000명

20,000명

전국 초중고교 영어 수학 학력인증시험

28,000명

78,286명

70,000명

전국 초등학교 수학경시대회

30,000명

30,000명

15,000명

합계

125,431명

286,875명

246,017명

(자료:한국수학교육평가원)

▽올바른 경시대회 준비〓단기간 문제풀이식이나 학교 교과과정을 벗어난 선행학습만으로는 경시대회를 제대로 준비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수학교육평가원 임성호(林成浩) 평가기획실장은 “수학경시대회의 경우 사고력을 묻는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많은 문제를 푸는 것보다 한 문제라도 학생 스스로 차근차근 풀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학부모의 욕심이 앞서 자녀에게 경시대회 응시를 강요하거나 학교 교과과정을 뛰어넘어 선행학습을 하는 것은 오히려 학업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또 지나친 학습 강요가 자녀에게 스트레스를 줘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학습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