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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금융혁명중-9]"국경을 넘어" 증시통합 잰걸음

입력 | 2001-05-21 18:27:00


#사례 하나. 스페인 정부는 올 4월 국영 이베리아항공을 민영화시키기 위해 지분 54%를 팔면서 뼈아픈 결정을 내려야 했다. 당초 주당 1.7∼2.14 유로(Euro)로 예상했던 매각가격을 30%가량 낮춰야 했던 것이다. ‘30% 포기’ 결정은 어두운 경제전망과 함께 지난해 유럽지역 8개국 증시 통합작업에 스페인이 제외된 점도 크게 작용했다. 만약 프랑스 등 3개국이 지난해 독자적으로 만든 ‘유로 넥스트’에 스페인이 참가했더라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3개국의 투자자가 이베리아항공 주식 인수에 참여한다면 발행가격이 30%나 떨어질 이유가 없다.(월스트리트저널 4월3일자)

▼관련기사▼

- '세계는 금융혁명중' 취재를 하면서
- [전문가기고]현선물 통합추세에 적응해야

#사례 둘.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베트만방크는 253년 전통의 개인금융 전문은행. 이 은행의 고객이 되려면 최소한 200만마르크(약 12억원)를 맡겨야 한다. 2∼3년 전부터 은행 고객으로부터 “영국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자산운용 담당자들은 마음에 드는 영국기업의 주식을 살 때마다 ‘절차가 복잡하다’고 호소한다. 런던-프랑크푸르트 증시가 하나가 됐다면 우리 고객의 포트폴리오 구성이 달라졌을 것이다.(베트만방크 국제홍보 담당 브리지트 코벨)

▼글 싣는 순서▼

1. 고객이 원하는 대로
2. 텔러(teller)에서 어드바이저(adviser)로
3. '무소불위의 화폐' 신용 카드
4. 종신보험 "인생을 설계해드립니다"
5. '클릭클릭'…왜 은행까지 가나요?
6. 재 테크의 만병통치약, 랩어카운트
7. 간접투자의 해결사, 뮤추얼 펀드
8. '큰손만 오세요, 부티크펀드
9. 세계증시의 통합바람
10. 우리에게도 경쟁력은 있다

#사례 셋. 런던-프랑크푸르트 통합은 곧 거래물량 증가를 의미한다. 도이체방크는 두 거래소가 통합되면 첫 3년간 거래량이 25%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통합 불발은 도이체방크 증권 부문의 연간 순이익의 8%가량을 포기한 것을 의미한다.(도이체방크 증권거래소 정책담당 스테판 슈스터 이사)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있는 도이체뵈르제(독일 증권거래소·프랑크푸르트 증시)의 홍보담당 우베 펠트너 박사에게선 ‘중요 국가시설’에서 일하는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이익을 남겨야 한다, 주가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을 거듭했다.

“증권거래소가 16일 전날보다 6.50이 떨어진 385.50으로 마감했습니다.”

독일 내 은행의 주요 지점마다 설치된 투자정보 전문 뉴스 채널인 NTV에서 매일같이 들을 수 있는 뉴스다. 펠트너 박사는 “독일 종합주가지수가 6.50 만큼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오해”라고 말했다. 올 2월에 독일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회사 증권거래소’의 주식가격을 말하는 것이라는 설명.

그는 “앞서 밝힌 이베리아 항공, 비히트만 방크, 도이체방크의 사례는 왜 증시가 통합돼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며 통합 불발을 아쉬워했다. 펠트너 박사는 증권거래소의 업무를 상가임대업에 비유했다.

“제품(주식)을 공급하는 도매상인(상장 기업), 납품 받은 물건을 판매하는 소매상인(증권사), 상가를 찾아와 물건을 사는 소비자(기관 및 개인투자자)가 상가 건물을 세놓는 우리의 고객이죠.”

당연히 상가임대료를 낮추고, 이웃동네 소비자가 손쉽게 방문하도록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등 각종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돈버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독일에는 오랜 분단의 역사를 반영하듯 전국에 8개 증권거래소가 흩어져 있다. 프랑크푸르트 증시는 사실상 모든 우량기업이 상장돼 독일 전체 주식 거래량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마주친 월스트리트저널 유럽의 크리스토퍼 로즈 기자는 “독일 지역주의가 통합을 막고 있지만 8개 증시가 모두 프랑크푸르트의 전자거래 시스템인 제트라(Xetra)를 채택해 쓰고 있다”며 “사실상 하나인 셈”이라고 말했다. 제트라 시스템은 핀란드 헬싱키, 아일랜드 더블린, 오스트리아 빈 증시가 채택하고 있다.

증시통합의 최대 수혜자는 당연히 통합 당사자인 증권거래소다. 인터넷 증권거래시장(ECN)과 경쟁하기 위해 대규모 전자 거래시스템 개발 및 보완에 필요한 투자금액을 줄이는 등 ‘규모의 경제’를 손쉽게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이체방크는 “런던과 통합했다면 (정확한 액수산정은 불가능하지만) 1000만∼990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했을 것”이라고 공식 보고서에서 밝힌 바 있다.

펠트너박사는 “거래소의 이익은 고객인 기업, 투자자, 증권사의 이익으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런던의 투자자는 거래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파리와 프랑크푸르트에 상장된 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역으로 독일의 기업은 자국 투자자뿐만 아니라 런던의 투자자로부터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증권거래소 규모가 작아서 우리 회사 주식이 저평가됐다’고 믿는 기업에겐 증시통합이 주가상승의 요인이기도 하다. 한국 증권연구원 노희진 박사는 “외국인 지분이 60%를 넘어선 삼성전자의 경우 뉴욕이나 도쿄증시에 동시 상장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자금조달을 위해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증시를 따로 찾아 상장절차를 밟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질 수도 있다.

물론 증시통합에 따른 문제점이 없지는 않다. 선진국 대기업이 변두리 국가의 자금까지 싹쓸이하거나, 소규모 증시에서는 초우량기업이 빠져나가 경제불균형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 과정에서 다국적 거대기업과 금융자본만 통합의 과실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합론자들은 “증권거래소가 시장통합이 고객인 시장참여자에게 유리하고, 거래소도 이익을 늘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이상 국경을 넘어선 증시 통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일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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