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부총재는 21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동수(安東洙) 변호사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을 듣더니 “누가 장관이 됐다고? 안동수?”라고 여러번 물었다. 그리고 나서 그는 “허허 참, 할말이 없다”며 논평을 피했다.
검사 출신의 한 중진 의원은 “우리가 볼 때는 상당히 의외이지만,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시각으로는 정상적이겠지. 안 변호사가 국민회의 때부터 지구당 위원장을 했으니까”라고 비꼬았다.
안 변호사의 법무장관 임명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런 식이었다. 이들은 “평검사 경력이 검찰 경력의 전부이고, 서울 서초을에서 출마했다 여러 차례 낙선한 원외 지구당 위원장을 장관으로 앉히면 검찰 조직을 장악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듣도 보도 못한 인사 해프닝이 벌어졌다’는 논평에서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신승남(愼承男) 대검차장까지 문제삼아 “한마디로 망국(亡國) 인사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이 탄핵소추안을 냈던 신 차장을 검찰총장으로 기용한 것은 김 대통령의 또 하나의 ‘오기 정치’로 앞으로 사정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었다.
호남 출신인 신 차장을 총장에 앉히기 위해 호남 출신인 김정길(金正吉) 법무장관을 경질한 데 대해서도 말이 많았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국민 비난이고 체면이고 개의치 않겠다는 발상’이라는 식이었다.
다만 대검 중수부장 출신의 최병국(崔炳國)의원은 “검찰 조직이라는 게 본래 그런 것 아니냐”며 “누가 장관이 되고 총장이 되더라도 달라질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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