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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러시아 발레 '두 별' 화려한 '2색무대'

입력 | 2001-05-15 19:19:00


《세계 발레계를 놀라게 한 러시아의 두 ‘별’이 서울에서 충돌한다. 32년간 ‘볼쇼이 발레단’ 예술감독으로 군림했던 유리 그리가로비치(74)와 러시아 발레의 새 물결인 보리스 에이프만(55). 에이프만은 29일부터 ‘차이코프스키-미스테리한 삶과 죽음’ ‘붉은 지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을, 그리가로비치는 6월1일 ‘백조의 호수’(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를 무대에 올린다.》

◇러시아 발레의 어제와 오늘

옥스퍼드 발레사전은 그리가로비치에 대해 “매우 뛰어난 클래식 안무가이자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제작자. 그의 지도력으로 볼쇼이 발레단은 새로 태어났다”고 쓰고 있다.

64년 예술감독을 맡아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 고전의 개작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을 뿐 아니라 ‘스파르타쿠스’ 등 스펙터클한 대작을 창작했다.

◇어떤 작품

에이프만은 77년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 시어터’를 창단한 뒤 고전발레의 테크닉에 현대 무용의 표현력을 접목시킨 작품들로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문학의 향기와 철학의 깊이가 엿보이는 그의 독특한 작품들은 세계 발레계에게 놀라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혜식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장은 “두 안무가의 작품을 서울에서 거의 동시에 본다는 것 자체가 큰 행운”이라며 “그리가로비치는 클래식 발레의 과거와 현재를, 에이프만은 발레의 미래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에이프만은 이번 공연에서 오늘의 그를 있게 한 세편의 대표작을 차례로 무대에 올린다. ‘차이코프스키∼’(27일 오후6시, 28일 오후8시)는 94년 공연됐지만 ‘붉은 지젤’(29∼31일 오후8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6월1일 오후8시, 2일 오후3시반 7시반)은 국내 초연이다.

‘붉은 지젤’은 러시아의 전설적인 발레리나 올가 스페시브체바의 삶을 모티브로 한 작품. 스페시브체바는 20세기 초반 세계 발레를 지배한 흥행사 디아길레프의 무용단 ‘발레 뤼스’에 참여해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지젤로 평가받기도 했다. 러시아 혁명으로 망명하면서 유럽과 미국을 전전했고 20여년간 정신병에 시달리다 91년 미국에서 비운의 생을 마감했다. 에이프만은 투명한 붉은 베일과 하얀색 지젤 의상에 붉은 신발을 신고 있는 스페이시체바의 그림을 보고 작품 제목을 정했다. 특히 어둠을 배경으로 한 두 남녀의 2인무는 이념과 시대의 폭풍 속에서 고통받아야 했던 발레리나의 내면적 갈등이 관객들에게 전율을 느끼게 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동명 소설을 2시간여의 발레극으로 만든 ‘카라마조프가…’는 춤에 문학과 철학의 깊이를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2막에서는 철학과 종교, 인간의 본성에 대한 갈등이 춤 동작으로 표현된다. 스페시브체바역의 엘레나 쿠즈미나 등 40여명의 무용수가 이번 공연에 출연한다. 1만5000∼6만원. 02-2005-0114

국립발레단이 공연하는 ‘백조…’는 마법에 걸려 백조로 변한 오데트 공주와 지그프리트 왕자의 사랑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작품. 국내 초연되는 그리가로비치 버전에서는 악마 로트바르트의 비중이 커지고 해피 엔딩으로 처리가 됐다.

2막에 추가된 로트바르트와 지그프리트의 남성 2인무, 궁전 무도회장에서 펼쳐지는 각국의 춤 등 그리가로비치 특유의 군무를 활용한 역동적인 춤이 압권이다. 이원국-김주원, 장운규-김지영, 신무섭과 올해 입단한 같은 이름의 김지영 등 세 커플이 오테트와 지그프리트로 출연한다. 2만∼6만원. 02-580-1300

gskim@donga.com

◇감상 포인트

유리 그리가로비치는 혁명적으로 발레를 현대화시켰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렇지만 그의 발레 작법은 철저하게 클래식 발레에 기초하고 있다.

이에 비해 그리가로비치로부터 발레를 배운 바 있는 보리스 에이프만은 아방가르드 발레(전위 발레)로 불릴 정도로 전통적인 범주에 들지 않는 다양한 춤 언어를 사용한다. 에이프만 작품이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그러면서도 고전적인 발레 어휘를 대담하고도 상상력이 풍부하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가로비치의 무대는 마치 러시아 공산주의 혁명의 힘을 재현해 놓은 듯 웅장한 스케일과에너지가넘치는군무가인상적이다.

에이프만은 1993년부터 전막(全幕) 길이의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들은 복합적이면서 강렬한 성격의 인물들이 주도해 나간다. 작품의 구조는 때로 독백의 형식을 띠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에이프만 자신이다. 에이프만은 자신이 벗어나려고 애썼던 그리가로비치의 스펙타클한 안무적 성향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김말복 교수(이화여대 무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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