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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7개그룹 전격조사]재계 목소리 내자 칼빼

입력 | 2001-05-15 18:15:00


공정거래위원회가 7개 그룹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벌이기로 갑자기 결정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정부와 재계가 출자총액제한 부활, 30대 그룹 지정 문제 등 미묘한 사안에 대해 논의중인 시점에서 공정위 조사가 이뤄져 궁금증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개혁의 기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 재계를 압박하는 것으로 분석하면서 경제논리만으로 이번 조사가 단행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미묘한 조사시기〓공정위는 올들어 대기업 조사 시기를 놓고 상황에 따라 수시로 말을 바꿨다. 이남기(李南基)위원장은 연초 기자간담회에서 “경기도 안 좋은 상황에서 기업들의 부담을 고려해 상반기중 대기업 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기업들은 환영했으나 개혁 추진세력에서는 공정위가 본연의 업무를 중단하면 곤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공정위는 조사중단이 아니라 중단이 아닌 ‘조사자제’ 방침을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2월 12일 신문 방송 등 13개 언론사에 대해 부당내부거래 및 불공정조사를 시작하면서 조사국은 거의 언론사에만 매달리자 조사국 내부에서도 자체 반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사를 표적으로 삼고 조사한다는 대내외 여론이 빗발치자 공정위는 4월중순경 ‘8개 그룹 5월 조사방침’을 밝혀 해당기업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이는 다시 신문사 조사가 연장되면서 1개월 뒤로 미뤄지게 된다.

그러나 공정위는 7일 재계와 정부가 재벌정책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을 즈음 ‘드러내지 않고’ 해당그룹에 서면조사표를 보내고 이달 말까지 회신을 요구했다. 9일 열린 ‘대기업 경제력집중억제 시책’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이위원장은 조사착수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대체로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면 공식 브리핑하던 관례와 동떨어진 것이다.

▽공정위, 재계압박 첨병 역할하나〓이번 조사는 방식 측면에서 이례적이다. 조사국 직원들이 현장을 방문해 투망식 조사를 하던 것과 달리 우선 서면을 통한 자진신고 방식을 택했다. 이한억 조사국장은 “해당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 대해 재계는 공정위가 재계와의 논리싸움에서 밀리자 기업조사라는 무기를 들고 나왔다고 풀이하고 있다. 9일 열린 위원장 간담회에서 공정위는 전경련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도 출자총액제한제도와 30대그룹 지정을 지키기 위한 공정위의 근거자료가 불충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오락가락 공정위에 재계 불만 봇물〓공정위는 재계가 재벌개혁의 양대 축인 출자총액제한제도와 30대그룹 지정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대해 반대논리를 갖고 있다. 이위원장은 9일 간담회에서 이를 강조했다. 조학국 공정위 사무처장은 “공정위의 고유업무일 뿐 다른 배경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사를 받는 그룹들의 눈에는 공정위 권위에 도전하는 재계에 ‘본때를 보이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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