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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북강경론은 구조적 문제"…워싱턴 외교 전문가들 지적

입력 | 2001-03-13 18:47:00


미국에서 왜 갑자기 대북 강경론이 힘을 얻고 있을까.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의 대북 강성 기류가 부각됨에 따라 양국의 대북정책 공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북 강경론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워싱턴의 주요 인사들 가운데 보수세력이 온건세력보다많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12일 “클린턴 전 대통령의 민주당 행정부는 한국과 손잡고 대북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으나 정권교체 이후엔 미국에서 한국의 대북포용정책을 지지, 옹호하는 목소리를 듣기 어렵게 됐다”고 현지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로 미 행정부, 의회, 싱크탱크 등의 면모는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행정부에선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제외한 고위 당국자들이 대체로 대북 강경론자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일반적 분석이다.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는 기구의 성격상 전통적으로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취해 왔다.

▼럼스펠드 대표적 매파▼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북한이 예상보다 빨리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이른 바 ‘럼스펠드 보고서’를 작성,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구축의 근거를 제시한 장본인.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입각 전 존스홉킨스대에 있을 때부터 북한의 핵동결에 관한 제네바 북―미 합의의 재협상을 주장하고 대북포용정책을 비판해 온 대표적인 매파로 현재 대북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월 국무장관은 6일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유망한 요소가 있다”고 평가했던 데서 알 수 있듯이 비교적 유연한 편.

그러나 그는 다음날 “북한과의 미사일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며 낙관적 대북발언을 하루만에 번복, 강경파들의 견제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국무부 부장관과 동아태담당 차관보로 내정된 리처드 아미티지와 짐 켈리는 보수성향이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아미티지가 공화당 대북정책을 정리한 ‘아미티지 보고서’는 북한에 대해 포용정책을 추진하되 북한의 호응이 없을 때는 제재를 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러시아 전문가인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해 대선 유세 과정에서북한을 ‘불량 국가(rogue state)’로 규정, 북한 미사일에 강력히 대응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토켈 패터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동북아 담당 보좌관은 해군 출신의 일본통으로 북한 문제엔 역시 보수적이다.

의회에선 제시 헬름스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 등 주로 공화당 의원들이 대북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의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 등이 NMD에 반대, 대북포용정책을 지지하고 있지만 소수 의견에 그치고 있는 실정.

싱크 탱크와 대학 등에 소속된 한반도 전문가들의 경우는 상당수가 회의적인 대북관을갖고 있는 것으로 분류된다.

▼"일방적 대북지원 무용"▼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제임스 릴리 전 주한미대사와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IIE), 전략국제문제연구소(CFR)의 로버트 매닝 등은 북한정권의 본질이 변치 않는 한 일방적 대북지원은 무용하다며 대북포용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는 대표적 인물들이다.

반면 한국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을 지지하고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인사로는셀리그 해리슨(20세기 재단), 케네스 퀴노네스(전 국무부 북한담당관), 조엘 위트(브루킹스연구소) 등이 있으나 이들의 발언권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한 외교소식통은 “클린턴 행정부와 한국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이 아직 북한의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대북 온건 진보세력의 주장이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북정책에 관한 견해차가 빚어진 것은 한국이 이 같은 미국 내 기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회담을 서둘렀기 때문이라며 정부 및 민간 차원에서 미국의 한반도통들과 보다 많은 대화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