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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순의 일본TV읽기]'백세 스타'의 부음

입력 | 2001-03-05 18:35:00


“킨와 햐쿠사이(김은 백살)!”

“긴모 햐쿠사이(은도 백살)!”

아담한 체구와 단호박을 떠올리게 하는 동그란 얼굴, 그 위에 연륜이 담긴 밭이랑 같은 좁고 깊은 잔주름, 그리고 유치원생처럼 순진하게 웃는, 조금은 앙증맞기까지 한 나리타 킨(成田金)할머니와 가니에 긴(蠶江銀)할머니.

1992년 백살이 된 이 쌍둥이 할머니들은 제약회사의 TV 광고에 나와 자기 나이를 외치며 귀엽게 웃는 모습으로 일순간에 전국적으로 유명인사가 됐다.

또 백살이라는 이 광고 카피는 킨과 긴 할머니의 인기와 더불어 그해 일본의 최고 유행어가 됐다.

이후 쌍둥이 할머니는 TV 토크쇼는 물론 여러 오락 프로에 출연하는 등 인기 연예인 못지 않게 매스컴의 스폿 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일본 황궁 주최 봄나들이에 초대되어 천황을 알현하는가 하면, 대만의 쌍둥이 대회에도 초청돼 난생 처음으로 해외 여행을 했다. 뿐만 아니라 거물급 정계 문화계 인사들이 앞다투어 나고야까지 킨과 긴 할머니를 찾아갔다.

자그마한 체격에 위트가 넘치는 두 쌍둥이 할머니의 톡톡 튀는 유머에, TV를 비롯한 신문 잡지 하다 못해 초등학교의 운동회에서조차 두 할머니를 찾았다. 쌍둥이 할머니는 최고 인기인이면서 일본 국민들의 마스코트가 되다시피 했다.

그런데 지난해 1월 언니인 킨 할머니가 갑자기 심한 감기를 앓다가 타계했다. 그 때 일본국민들은 충격을 받아 멍한 표정으로, 짝 잃은 기러기처럼 고개를 숙인 채 언니의 빈소를 지키고 있는 긴 할머니를 보며 몹시 안타까워했다.

그래서인지 긴 할머니는 언니가 죽은뒤 매스컴에는 일체 얼굴을 내밀지 않은 채 두문불출했다. 77세인 다섯째 딸과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그러나 2월 28일 긴 할머니마저 언니를 뒤따라갔다. 그러자 각 텔레비전에서는 일본 국민들의 마지막 마스코트가 타계했다고 보도하며 긴 할머니의 일대기를 특집으로 방송했다.

킨과 긴 할머니가 태어난 것은 1892년 8월 1일. 두 할머니는 메이지(明治), 다이쇼(大正), 쇼와(昭和), 헤이세이(平成) 등 무려 일본의 근현대 네 시대를 살아온 인간 역사교과서인 셈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일본에는 네 시대를 살아 온 장수 노인들이 많다는 점이다. 100세 이상은 무려 1만3036명으로 그 중 여성이 83.4%를 차지해 100세 이상의 할머니만 해도 1만명이 넘고, 109세 이상의 장수 노인들은 17명이 있다.

지역별로는 오키나와가 10년 연속 톱으로 10만명 중 30.56명(2000년 9월말 현재)이 100세 이상의 노인이고, 가장 적은 사이타마겐이 4.57명. 이번에 타계한 긴 할머니는 만으로 108세이기 때문에 49위였다.

아무튼 백 살이 되면서부터 일약 국민적 스타가 되어 일본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킨과 긴 할머니. 이제 긴 할머니마저 타계하자 일본의 백살 넘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요즘 깊은 슬픔에 빠져 있다.

〈재일르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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