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프리뷰] 아타나시아

입력 | 2001-02-27 23:45:00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라는 존재 그 자체. 광연의 어둠이라 불리는 공허와 암흑만이 있었다. 빛도, 시간도, 공간도 아무 것도 없는 그곳, 비유할 그 어떤 것도 없는 그곳에, 지극한 비실체인 공허 속에 명백한 실체 '땅'이 생겨났다. 땅과 함께 세상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시간의 개념이 존재하기 시작했다. 최초에 하나였던 땅은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와 혼돈 속에 휘말렸으며, 그 결과 서로 등을 돌린 채 경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땅의 혼돈을 통해 산과 골이 탄생했으며, 이들은 강자와 약자로 나뉘어 각자의 크고 작은 영역을 확보해 나갔다. 찢겨지는 땅과 산과 골, 이 사이에서 반실체의 존재인 '불'의 존재가 시작됐다. 이어 불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비실체적 존재인 '빛'을 탄생시키고, 땅의 모습을 드러나게 하여 산과 골을 명백한 실체로 거듭나게 하였다. 이러한 땅의 역사를 '영원의 공허'가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시공을 초월하며... 비실체의 어머니 공허로부터 탄생한 실체의 어머니 물. 그로부터 탄생한 반실체의 어머니 공기 실체의 아버지 땅으로부터 탄생한 반실체의 아버지 불. 그로부터 탄생한 비실체의 아버지 빛. 심연의 어둠으로 표현되던 거대우주의 질서가 실체인 땅의 등장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해가기 시작하였다. 지극히 균형적으로….

반실체와 비실체, 실체의 교집합 속에 태동하는 것은 '생명' 그것이었다. 이러한 변화의 가운데 태어난 인간은 앞서 월등한 번식력과 생존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이전 거인들의 몸을 기반으로 성장한 동물과 꽃, 나무를 가지고 집을 짓고 농사를 지었으며, 역사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거인처럼 질서의 한가운데 놓일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나약한 존재였다. 그들이 가진 것은 단지 가능성. 더 나은 존재로 변화하는, 혹은 더 나은 존재의 출현을 위해 준비하는 인간은 계속하여 발전을 했고, 땅에서 태어난 인간들은 역시 땅과 불의 성격을 가지고 빛을 숭상하는 특성이 있었다.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여러 개의 무리로 갈라졌고, 끝없이 싸워대며 서로를 헐뜯었다.

승리의 열쇠는 바로 마법. 엘프와 드워프는 각각 산 속의 물과 지하의 불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지며, 엘프는 숲에서 드워프는 산에서 살았다. 각각 물과 불의 성격을 지닌 이 둘은 각자 자신만의 빛의 신을 섬겼다. 서로는 다투지 않고 지냈으며, 인간들과는 원래 그리 사이가 좋지 못했다. 그러나 인간과의 관계는 점차 개선되었으며, 차츰 교류도 시작되었다. 그러나, 인간이 영토를 넓히면 넓힐수록 다른 종족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계속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우호적 관계인 엘프들에게는 영역에 대한 압력은 없었지만 자신들의 영역이 인간의 경작지로 완전히 둘러쌓이는 상황은 정신적으로 엄청난 고뇌를 안겨 주었다. 오크와 투루쿠는 결국 영지 밖의 '살 곳이 못되는 땅’이라고 이름 지어진 ‘유케데리아(Euketderia)’지방으로 밀려났다.

핀브로슨 3세는 유케데리아로의 원정을 수차례 시도했지만 투루쿠들의 강력한 저항에 밀려 되돌아오기를 번번히 거듭했고, 4차 원정을 준비하던 중 숨을 거두게 된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왕으로 알려졌던 핀브로슨 3세가 불행하게도 원정대의 시찰 도중(아직도 논란이 분분한 사유인) 낙마로 인하여 사망하자, 세상은 다시 어두운 먹구름에 덮혀가고 있었다. 기회를 틈탄 오크와 투루쿠는 핀브로슨 왕가의 영지로 몰려들어 왔으며, 엘프와 드워프를 비롯한 각 종족들은 그나마 누리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오크과 투루쿠의 공세에 맞섰으며, 지방의 작은 영주들은 그들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서 용병을 모집해 반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 즈음 후손이 없던 핀브로슨 3세의 유언장이 발견되었고, 유언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나는 비록 버려진 아이로써 어린시절을 불행하게 보냈지만, 하늘의 뜻을 이어 왕이 되었고 지금의 왕국은 평온하다. 이제 서쪽의 유케데리아 지방과 동쪽의 마이서드(Mythord)지방의 어둠만 걷어낸다면 더없이 평온하리라 생각한다. 지금껏 싸움과 정치로 인해 얼룩진 인생으로 자식이 없는 내게 다음 자리를 물려받을 사람을 천거하라면, 세력을 모아 동쪽이든 서쪽이든 어느 한쪽의 무리만이라도 완전히 몰아내는 사람을 왕으로 삼으라고 지시하겠다. 그는 부모의 직업이나 가문, 부유함의 정도를 떠나서 왕의 자격을 가질 것이며, 반론의 여지는 인정하지 않는다……

(하략)’ 유언장은 온 세상에 공고되었고 많은 젊은이들이 칼을 빼어 들었다. 이들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이름을 떨치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크고작은 세력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기존에 있던 영주세력들도 군대와 용병을 모집하여 가문들 사이에서 그 명분을 획득하기 위한 전쟁준비에 돌입했다. 당신이 존재하는 찰나의 시간대가 바로 이곳이다. 시기와 장소를 만나지 못하여 사라져간 이들을 생각하면,그대는 얼마나 행복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