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죄를 지어 기소되는 등의 ‘집행유예 결격자’에게 재판 기간을 늘려 집유 기간이 끝난 뒤 다시 집유를 선고하거나 벌금형을 선고하는 등의 관행에 대해 검찰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지검 공판부(심장수·沈璋壽 부장검사)는 14일 지난해 상반기 서울지법 1심 단독재판부 및 2심 합의부가 선고한 사건 중 기소 당시 피고인이 집유 결격자였던 931명을 분석한 ‘집유 결격자에 대한 양형 문제점 및 대책’이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법원의 온정주의 때문에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집유 제도의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931명 중 벌금형이 선고되거나 재판진행 중 먼저 선고된 집유 기간이 지나 또다시 집유가 선고된 경우는 146명으로 전체의 15.7%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또 구속기소된 집유 결격자 877명 중 같은 이유로 석방된 사람은 13.2%인 116명이며 이중 1심에서 36명이, 2심에서 80명이 석방돼 항소심의 양형이 지나치게 낮으며 재판부에 따라 양형의 편차가 무려 5.6배나 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집유 결격기간 중 다시 죄를 지은 사람은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실형을 선고해야 재범을 예방할 수 있는데도 법원이 의도적으로 재판기간을 늘리거나 벌금형을 선고해 법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개개 사안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한 통계만으로 법원을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집유 결격자가 시간을 끌기 위해 무리한 증거 조사를 요구하기는 하지만 법원이 의도적으로 재판을 늘리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판사는 “먼저 선고받은 집유의 취소가 지나치게 가혹한 경우 재판을 연장해 주는 경우는 가끔 있으나 이 또한 판사의 재량에 따른 양형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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