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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경영 버전2001]스필버그등 자수성가 3인방

입력 | 2001-01-28 19:53:00


드림웍스의 공동 대표인 스티븐 스필버그(54), 제프리 카젠버그(51), 데이비드 게펜(57).

이들의 공통점은 드림웍스 설립 이전에 각각 영화 애니메이션 음반 부문에서 당대 최고수로 평가받았다는 점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공통점은 이들 모두가 대학을 중퇴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각자 해당 분야에서 밑바닥 생활부터 시작했다는 것.

스필버그는 64년 유니버설 영화사에서 잔심부름을 하는 계약직 사원으로 할리우드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다 아마추어 시절 만든 영화 ‘앰블린’을 본 회사 고위직의 발탁으로 TV용 단편영화 제작을 맡게되면서 본격적으로 제작자의 길에 들어섰다.

카젠버그도 연예계 생활의 시작은 영화사 파라마운트에서였다. 이곳에서 처음 맡은 일은 우편물 발송부. 그 뒤 마케팅 부서로 옮긴 뒤 역시 그의 성실함을 눈여겨본 경영진의 발탁으로 27살의 나이에 이사직을 맡게된다.

게펜 역시 시작은 보잘 것 없었다. 20대 초반 대학을 중퇴하고 처음 시작한 일은 CBS방송의 안내원. 이후 TV프로덕션의 접수원 등을 전전하다 한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우편물 챙기는 일을 맡으면서 음반 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들이 밑바닥에서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것은 각자 자신의 전문 분야를 꿰뚫어보는 남다른 능력이 있었기 때문.

스필버그는 시대에 따라 대중이 원하는게 무엇인지를 잘 읽어냈다. 75년 최초의 대히트작 ‘조스’를 만들었을 때 그가 선택한 주제는 공포. 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살얼음을 걷던 당시 시대 분위기에서는 공포를 극대화하는게 오히려 관객들에게 먹혀든다는 계산을 했던 것. ‘강한 미국’이 화두였던 80년대 레이거노믹스 시절에는 영웅을 필요로하는 시대 분위기를 읽고는 인디애나 존스라는 영웅을 만들어냈다.

도산 직전의 디즈니를 수렁에서 건져낸 카젠버그 역시 시대를 읽는 시각이 탁월했다. ‘인어공주’ ‘라이언킹’ ‘알라딘’ 등 그가 만들어낸 일련의 만화영화는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대성공을 거뒀다. 만화영화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성인도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물꼬를 튼 그의 전략이 적중한 것.

게펜은 ‘물건’이 될만한 가수 발굴에 남다른 능력을 발휘했다. 우편물을 챙기는 일을 하다 눈에 띈 한 신인 여가수를 설득, 매니저를 자처하고 나선게 성공의 출발점이었다. 이 가수는 큰 인기를 모았고 게펜은 음반회사를 차릴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들은 사업가로서의 기질도 빼어났다. 스필버그와 게펜이 특히 사업가로서 뛰어났던 점은 최대의 이익을 남기기 위해 비용을 최소화했던 것. 드림웍스의 첫 영화 피스메이커는 5000만달러의 제작비로 1억40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드림웍스 이전 7500만달러로 제작한 ‘주라기 공원2’는 2억달러를 들인 ‘타이타닉’을 물리치기도 했다. 게펜 역시 출연료나 제작비를 깎을 수 있을만큼 깎는 스타일. 디즈니 시절 실사 영화보다 애니메이션을 선호하는 이유를 묻자 “만화 주인공들은 출연료를 높게 부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