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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도심 서당-향교 '대안교육의 場' 각광

입력 | 2001-01-28 18:44:00


“급하게 쓰려고 하면 오히려 그르치는 법이야. 자, 천천히 마음을 가다듬고 한 획 한 획 정성껏 써야 해.”

훈장 할아버지의 말씀에 한자 쓰기에 열중하던 학생들이 잠시 붓놀림을 멈춘다. 학생들이 저마다 벼루에 먹을 곱게 갈아놓은 채 한지와 신문지를 펴놓고 글씨 연습을 하고 있는 이 곳은 서울 강서구 가양동 양천향교. 구슬땀을 흘려가며 글자를 한자씩 써나가는 초등학생의 모습이 이채롭다.

향교뿐만 아니다. 서울 은평구 주택가에 자리한 ‘갈현동 서당’에서도 검은 두건을 쓴 한복 차림의 훈장 선생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심스럽게 한 획씩 그어가며 한자 쓰기에 열중하고 있는 어린 학생들을 볼 수 있다. 몇 십년 전 시골 글방 모습을 서울에 옮겨놓은 듯한 이 곳에서는 태껸과 한지공예도 가르치고 있다.

서울 부산 대구 강릉 등 대도시 도심 곳곳에서 옛 서당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한자와 전통예절 교육이 한창이다.

특히 갈현동 서당은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공부방을 만들고 대안교육의 한 형태로 ‘서당 방식’의 전통 예절교육을 실시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말 성공회대에서는 송순재(감리교신학대) 고병헌 교수(성공회대) 등이 서당교육 사례 발표회를 마련, 새로운 대안교육으로서의 가능성을 진단하기도 했다.

▽왜 서당교육인가〓서당교육은 공교육이 놓치는 중요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교육이라는 것이 지지자들의 주장이다.

공교육은 입시를 위한 지식 전수에 치우치고 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학습 진도보다는 정해진 교과의 진도에 맞춰 이뤄지지만 서당교육은 전인교육을 중시하고 개별 지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지역 사회에서 구심점 역할을 했던 서당은 사제간의 예절을 중시한 1 대 1 교습방식으로 글공부 외에도 공동체 규율은 물론 신체 단련도 겸한 교육을 실시하는 교육기관이었다.

학부모 교사 사회운동가들이 모여 교육개혁을 논의하는 ‘교육사랑방’에 참여중인 송순재 교수는 “서당은 단순히 한자와 예절교육에 그치지 않고 전인교육을 실천했던 곳이어서 오늘날 공교육이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경북 포항의 한 초등학교 학급에서 매일 오전 정규수업을 시작하기 전 한시간씩 할당해 사자소학(四字小學)을 가르친 적이 있었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너무좋아 올해 다른 학급으로 확산되는 등 공교육에서도 서당교육이 도입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성균관 양우석(梁祐碩)교무부장도 “인성교육을 중시한 옛 서당교육이 요즘 재조명되고 있다”면서 “일본 등 외국에서도 서당교육을 받고 싶다는 신청이 자주 들어온다”고 말했다.

▽다양한 형태의 서당교육〓1998년 설립된 ‘갈현동서당’은 학부모들이 뜻을 모아 7∼11세의 초등학생 자녀 17명의 공부방 형태로 운영하는 서당. 서당교육만 15년을 받은 뒤 현재 고려대 철학과에 재학중인 한재훈씨를 훈장으로 초빙, 어린이에게 사자소학 등 한문교육과 함께 1주일에 2차례 태껸도 가르치고 있다. 현재 9가구가 참여하고 있는데 자녀들의 호응이 좋아 중고교 시절까지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갈현동 서당’ 학부모 김미영(金美英·38)씨는 “입시 위주의 학교 교육과 핵가족 사회의 문제점을 균형 있게 바로잡을 수 있는 게 전통교육이고, 서당교육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인천 강화군 불은면의 ‘마리서당’과 양도면의‘도장리서당’ 역시 지역 주민들이 운영하고 있는 서당. 한문 외에도 전통 민속놀이를 곁들여 학생들의 흥미를 돋우고 있다.

이밖에 경기 시흥시 신천동 작은자리보금자리복지관과 성남 창조학교, 서울참교육학부모회의 솔바람학교 등지에서도 한문 교육과 인성 교육을 주요 프로그램으로 하는 서당을 운영하고 있다.

92년 개원한 서울 성균관 어린이예절학교는 학기 중에도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단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방학중에는 어린이선비교실 캠프와 함께 외국교포를 위한 서당교육도 운영하고 있다. 사자소학과 명심보감 강독 등 한자교육은 물론 다례와 전통놀이 탈춤 등 다양한 전통교육이 함께 이뤄진다. 전국 234개에 달하는 향교 가운데 서울 양천향교와 강릉향교(명륜교육원) 대구향교 부산동래향교 등이 다양한 서당식 교육으로 지역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dal@donga.com

◇서당식교육 실시기관

이 름

특징 및 연락처

성균관 어린이예절학교

유치원생 초등학생 단체교육 실시(02-747-1301, 765-1301)

서울 양천향교

연중 한자교육 예절교육 실시(02-658-9988)

부산 동래향교

방학 중 초중학생 충효 예절교실 운영(051-552-4160)

대구향교

방학 중 초중고교생 대상 교육(053-422-8700)

강릉향교 명륜교육원

초등학생 충효교실 운영(033-648-3667)

서울 갈현동서당

학부모들이 설립, 대안교육 표방(02-385-9993)

성남 창조학교

어머니반과 학생반 편성(031-713-6218)

도장리서당(강화군 양도면)

마리서당에서 함께 교육하다 분리. 한자교육과 태껸 미술 탈춤 교육. 도장리서당은 마을청년회가 주관한 품앗이교육

마리서당(강화군 불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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