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에 몰린 자금은 언제,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12일 국고채(3년물) 금리가 장중한때 5.7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루짜리 콜 금리가 5.25%이기 때문에 추가하락폭이 적어 보인다. 바닥권에 근접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고채 매수자금중 상당수가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국고채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하는 금융기관이 다소 위험을 부담하더라도 우량 회사채 매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분간 A등급 이상의 우량회사채로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적어도 1/4분기중에는 우량 회사채로 몰리다가 2/4분기 이후 점차 BBB등급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자금이동 신호탄은 1월말 미국 중앙은행인 FRB의 추가금리 인하와 이에 따른 2월초 금융통화위원회의 콜금리 인하.
이동수 동양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고채 강세장이(Rally) 막바지에 도달했다"며 "국고채 금리의 추가하락폭이 적어 1월말 FRB의 금리인하와 2월초 금통위의 콜금리 인하로 자금이동이 시작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는 "우량회사채로 대다수 자금이 옮겨가겠지만 일부 자금은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특히 FRB의 금리인하여파로 미국과 국내시장에서 장단기 금리차이가 줄어들면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시장으로 넘어온다는 견해다.
윤항진 LG투자증권 선임연구원도 2월부터 본격적인 자금이동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통위의 콜금리 인하와 BBB등급 기업들의 부도위험이 실질적으로 줄어든 것을 확인된 다음 본격적인 자금이동이 이뤄진다는 입장이다.
특히 윤 선임연구원은 2월부터 투신권의 회사채와 주식매수 여력이 증폭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전자 등 한계기업의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던 투신권이 이를 산업은행에 넘겨주고 원리금을 상환받아 매수여력이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반면 산업은행에서 이들 회사채를 재인수한 은행권은 BIS비율 때문에 BBB등급의 회사채나 주식투자에 적극 나서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그도 "정부의 신용보강에 의한 부도위험 감소가 한계를 갖기 때문에 유입에는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최교전 미래에셋투신운용 채권운용팀장은 이들과 달리 다소 신중한 입장을 피력한다.
최 팀장은 "수익률 측면에서 국고채는 더 이상 매력적인 투자수단이 아니다"라고 인정하면서도 "국고채 매수자금이 BBB등급과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려면 적어도 올 하반기는 넘겨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무엇보다 한계기업들의 독자생존이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회사채를 인수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 BBB등급 회사채에 대한 섣부른 매기확산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주식매수는 더더욱 어렵다는게 최팀장의 입장이다.
여하튼 국고채 수익률이 바닥권에 근접하면서 본격적인 자금이동은 시작될 전망이다. 이것은 원할한 자금순환을 통해 신용경색을 풀고자 하는 정부의도와도 일치된다. 그러나 정부의도가 성공하려면 한계기업에 대한 무한정 자금지원으로는 어렵다는게 이들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박영암 pya84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