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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데뷔시절] 변우민, 대학 시절 은사의 영화에 출연

입력 | 2001-01-10 18:38:00


1987년말 중앙대 연극영화과 3학년 시절 나는 학교 뮤지컬에서 조연출 겸 배우로 출연하고 있었다. 나는 연출 지망생이었지만 배우가 부족해 연기까지 맡았다. 우리과 김정옥 교수(현 문예진흥원장)가 이를 보고 자신의 영화감독 데뷔작이었던 에 출연할 것을 권했다.

사실 나는 울산과학대 화공과로 입학했다가 일문과와 법대로 전공을 계속 옮겨다니다 어릴 적 꿈인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각오로 대입시험까지 다시 보고 연극영화과에 들어간 처지였다. 한동안 안하겠다고 버텼는데 김교수와 함께 오셨던 정일성 촬영감독이 “이 좋은 기회를 왜 놓치냐”고 호통을 치시는 바람에 생각도 않던 연기자 인생을 걷게됐다.

‘바람부는…’은 김교수님이 연극무대에 올렸던 작품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내 배역은 유명배우를 꿈꾸는 젊은 연기지망생이었다. 유인촌 이혜영 김지숙 박정자 박웅 선배 등은 물론 이태원 태흥영화사 사장 등 당시 내로라하는 연극, 영화계 인사들이 총동원되다시피한 이 작품에서 신인으론 유일했던 내가 주연급 배역을 맡은 것은 지금 생각해도 얼떨떨한 일이다. 어쨌든 88년 이 영화가 개봉된 뒤 나에 대한 반응이 좋아 등 잇달아 3편의 영화 주연을 맡았다.

영화 몇편 출연했다 해도 엄두도 내기 힘들었던 TV출연의 인연을 맺어준 것도 학교연극무대였다. 89년 졸업한 뒤 학교연극을 보러갔다가 우연히 운군일PD를 만나 KBS 일일드라마 에서 김혜수의 상대역으로 발탁됐기 때문이다.

고려대 태권도부장이었던 운PD는 집으로 나를 불러 ‘연기자는 몸이 중요하다’며 내게 무술을 배웠냐고 물었다. 절권도를 배웠다고 했더니 한판 대련을 펼친 뒤 자장면을 사주며 배역을 맡겼던 일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뒤 너무 고마워 선물을 하나 했다가 혼이 나면서 운PD에게 들었던 얘기, “젊은이로서 야망을 가질지언정 야심을 가지진 말라”는 말은 후배들에게도 두고두고 들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