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 짐을 실을 때마다 선착장이 아수라장이 돼요"
울릉도에서 택배업에 종사하는 한 직원의 목격담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울릉도에서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수화물 수송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겨울철에 단 1회 왕복하는 쾌속선이 운항 시간을 단축하면서 배가 짐을 싣다 말고 선착장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 배는 오후 1시에 울릉도에 도착해 오후 4시에 출항했다.
그런데 이 배를 운항하는 D고속이 동절기 기상악화에 따른 운항률 저조와 안전운항 등을 이유로 운항 시간을 1시간 단축하는 바람에 설을 앞두고 지역 특산물인 오징어와 취나물, 더덕 등을 내륙으로 팔아야 하는 주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겨울철에는 파도가 높기 때문에 배가 오후 2시나 돼야 도착합니다. 그런데 오후 3시로 출항시간이 정해져 짐을 내리고 나면 30분 밖에 남지 않습니다."
울릉도에서 취나물 등을 재배해 생계를 꾸려나가는 주민 석 모씨의 말이다. 석씨는 단축된 운항시간 때문에 특산물을 내다팔아야 먹고사는 주민들의 원성이 크다고 밝혔다.
현재 이 지역 주민들은 운항시간을 다시 늘려달라는 진정서를 해당 관청에 제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관청인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D고속이 겨울철 기상 악화 등을 이유로 운항시간 변경 요청을 건의했다"면서 "검토해본 결과 타당성이 인정돼 울릉도 출항시간을 평소보다 1시간 앞당겼다"고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는 "1시간 정도면 짐을 실을 시간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석모 씨는 "울릉도 주민들도 겨울철 기상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그 많은 짐을 1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싣는 것은 무리"라며 반발했다.
또한 한 주민은 "겨울철 동해바다는 파도가 거세기 때문에 결항률이 높다"면서 "그렇다면 차라리 일기가 좋은 날 두 번 운항하는 한이 있어도 생계가 달린 물건들을 수송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해당 사업체인 D고속은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D고속의 관계자는 "기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배를 띄울 수는 없다"면서 "원래 여객선으로 운항되는 배에 화물을 싣고 있는 실정"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처럼 주민과 업체, 해당관청의 이해가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울릉군청은 "잘못이 있다면 시정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지만, 정작 조정에 나서야 할 중앙정부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동아닷컴/ 안병률기자mok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