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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한발 뺀 노무현-힘 실린 김중권

입력 | 2000-12-24 18:42:00


민주당 김중권(金重權)신임대표를 향해 ‘지도자 자격이 없는 기회주의자’라고 직격탄을 날렸던 노무현(盧武鉉·사진)해양수산부장관의 발언 파문이 주말을 고비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박상규(朴尙奎)사무총장 등이 ‘노장관 파면’까지 거론하며 반격에 나서자 노장관은 23일 사과성명을 내고 한발 물러섰다.

▽노장관의 사과〓22일 밤까지도 “평소 생각 그대로, 사실 그대로 말한 것”이라며 버티던 노장관은 23일 오전 “사담(私談)을 나눈 것이 당에 내분이 있는 것처럼 언론에 비쳐 당과 대통령에게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사과성명을 냈다.

그는 “여러 생각을 가질 수 있으나 양보하고 타협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도리”라며 “대통령께서 대표를 지명한 이상 대표를 중심으로 당의 단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장관은 또 성명을 낸 뒤 기자들에게 “더 이상 (파문이) 확산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파문이 진화된 뒤 적당한 시기에 김대표를 찾아뵙고 정중하게 사과하겠다”며 ‘발등의 불’이 꺼지길 희망했다. 그의 사과 결정은 파문이 확산될수록 당과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고, 당 안팎의 격렬한 비판을 불러 결국 자신의 입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대표 측의 반격〓신임 당지도부는 노장관의 발언에 대표는 뒤편으로 물러서고 총장이 대신 ‘총대’를 메는 식으로 대응했다.

박총장은 22일 “공무원 신분으로 있으면서 집권당 대표에 대해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건국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며 “그것은 임명권자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도전행위”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노장관을 그대로 놔두면 당의 기강이 서지 않으므로 파면시켜야 한다’며 강경대응을 주장하는 의원들이 많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옥두(金玉斗)전 총장도 “장관직이나 잘하라고 그래…”라며 노장관을 몰아세웠다. ‘노장관의 발언이 부적절하니 사과하는 게 좋겠다’는 청와대의 메시지도 노장관에게 전달됐다는 후문이다.

23일 노장관의 사과성명이 나오자 당지도부 분위기는 ‘자축(自祝)’ 쪽으로 급변했다. “중앙정보부 출신인 박총장이 간단치 않다. 노장관이 장관직에서 물러나든지, 사과하든지 택일할 수밖에 없는 것을 간파하고 몰아붙인 것 아니겠느냐”는 ‘칭송’의 소리도 나왔다.

그리고 김대표는 24일 “사람이면 다 실수할 수 있다. 그것을 문제삼는 것보다 덮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표의 한 측근은 “첫 위기를 예상보다 쉽게 넘겼다”고 평가했다.

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