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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회사 골격 ‘오락가락’…은행통합 막판 진통

입력 | 2000-12-04 23:29:00


2차 은행 구조조정의 골격을 놓고 정부가 막판 고민에 빠졌다.

금융감독위원회 정건용부위원장은 4일 “한빛은행 주축의 지주회사 설립이라는 기본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타 우량은행도 지주회사를 세운다면 지방 부실은행과 평화은행을 편입시킬 수 있다”고 말해 ‘제3의 판짜기’가 가능함을 시사했다.

이는 당초 한빛은행을 중심으로 해 평화 광주 제주 경남은행을 하나로 묶는 방안이 부실만을 키울 것이라는 대내외의 비난여론이 높고 노조의 반발도 만만치 않기 때문. 이 때문에 정부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고 있으나 사실상 이마저도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제3의 판짜기’는?〓금융감독원의 정기홍부원장은 “외환은행이나 조흥은행도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지방은행 등을 편입할 은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외환은행 김경림행장이 독일을 방문해 코메르츠방크와 증자 문제를 논의할 때 이 문제가 거론됐고 코메르츠도 반대하지 않았다는 것. 이 경우 금융지주회사는 당초 ‘한빛 중심’뿐만 아니라 ‘외환 중심’, ‘조흥 중심’ 등 다양한 짝짓기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런 조합을 통해 ‘부실+부실’은 부실해결방법이 안된다는 비난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량+지방은행’의 가능성은〓정부위원장은 “지방은행이 우량은행을 파트너로 잡을 수만 있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이때도 공적자금을 투입해 지방은행의 부실을 정리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98년 하나은행이 충청은행을 흡수해 지방 네트워크를 탄탄히 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식이 실현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회의론이 우세한 실정이다. 국민은행 최인규전략기획실장은 “현재 우량은행들은 지방 네트워크망이 탄탄하기 때문에 굳이 지방은행을 인수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량은행 대주주 설득도 문제다. 주택은행의 윤재관(尹在瓘)전략기획팀장은 “합병을 추진하려면 2000여개의 외국계 펀드를 일일이 설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신인석박사는 “우량은행 등 인수 은행의 입장에서는 고용 또는 점포에 대한 구조조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구조조정에 성공할 수 있다”며 “이같은 자산부채계약인수(P&A)가 아닌 지주회사 방식은 구조조정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민하는 정부〓광주 제주 경남은행의 노조는 한빛은행 중심의 지주회사방식은 물론 우량은행과의 합병에도 반대하고 있다. 공적자금을 요구하면서도 ‘고통’을 수반할 수 있는 어떠한 금융재편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 이 때문에 우량 은행들이 인수에 나설 분위기도 못된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이날 발언은 지방은행의 의중을 떠보기 위한 탐색전의 성격이 강한 것 같다”며 “지방은행도 우량은행 파트너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결국 한빛 중심의 지주회사로 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