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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여자월드컵 부진은 “상위선수·협회 합작품”

입력 | 2000-12-03 17:25:00


제1회 여자월드컵골프대회에서 한국이 힘들게 10위내에 진입한 것은 상위랭커들의 이기심과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의 무관심이 빚어낸 합작품이었다.

세계적인 국가대항전으로 자리잡은 남자월드컵을 뒤쫓아 올해 창설돼 말레이시아 마인스리조트시티의 마인스리조트&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이 대회에 한국은 국내 대회 포인트랭킹에서 7위와 11위에 그친 이선희(26·제일CC), 박소영(24·하이트)이 출전했고 참가 16개국 가운데 공동 9위에 랭크됐다.

세계랭킹 1위인 캐리 웹과 레이첼 헤더링턴이 나선 호주가 우승하고 스웨덴이 애니카와 샬롯타 소렌스탐 자매를 출전시켜 준우승했으며 일본이 국내상금 1위인 후도 유리와 미국투어에서 뛴 고바야시 히로미를 내세워 6위에 오르는 등 한국을 제외한 출전국들이 간판스타들을 내보내 국가의 명예를 지키려 애썼다.

이처럼 다른 나라와 균형이 맞지 않는 출전자 선정은 마침 같은 때에 국내에서 핀크스컵 한일전이 열렸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근본적인 배경은 두가지로 모아진다.

먼저 대회 성격상 한국은 미국투어에서 뛰는 김미현과 박세리, 박지은 등이 우선적으로 출전했어야 하지만 박세리는 일찍부터 한일전이나 월드컵의 불참을 선언했다가 여론에 밀려 한일전에 가까스로 나갔고 박지은은 부상을 이유로 거절했다.

이어 차선책으로 국내 톱랭커인 정일미와 강수연, 박현순 등이 거론됐지만 이들역시 대회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채 장거리 여행과 한일전을 이유로 거절함으로써 이선희와 박소영에게 까지 티켓이 넘어왔다.

결과적으로 설욕전을 노리던 한일전에서 일본에 또다시 패해 명분마저 잃게 됐지만 상위랭커들중 일부는 한일전 주최측으로 부터 받는 출전료를 챙기기 위해서였다는 뒷말까지 나와 골프 관계자들을 더욱 씁쓸하게 했다.

특히 이같은 선수선정에는 협회 관계자들의 무지와 무관심, 무기력함이 큰 몫을 거들었다.

즉 협회는 우승상금 20만달러 등 총상금이 100만달러에 이르고 꼴찌를 해도 웬만한 국내대회 우승상금을 웃도는 2만달러를 받는 데다 세계 정상급들이 국가명예를놓고 겨루는 대회의 성격을 파악하려 노력하지 않았다.

더구나 평소 선수들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협회는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려는 노력 마저도 외면한채 오히려 선수들에게 끌려다님으로써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 대회에서 이선희는 "여자 테니스계의 안나 쿠르니코바와 견줄 최고의 글래머스타"라고 현지 언론들이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웹이나 소렌스탐과 엇비슷한 수의 갤러리들을 몰고다니는 등 ‘코리아’ 알리기에 성공, 결코 작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