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지루하게 옆걸음질을 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실적이 좋은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정석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과연 어떤 지표를 보고 투자기업을 선정해야 할까.
경제적 부가가치(EVA·Economic Value Added)는 기업이 양적 팽창이 아닌 '가치 중심의 경영'을 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지표다. 경영의 궁극적인 목표가 기업 가치를 높여 주주의 부(富)를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볼 때 가장 설득력 있는 '경영성적표' 가운데 하나다.
대우증권은 20일 EVA 증가율을 통해 본 투자 유망기업 19개 업체를 선정, 발표했다(표 참조). 올해 상반기 EVA가 전년말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종목 가운데 전년 동기(1∼9월) 대비 영업이익이 100% 이상 증가한 기업을 골랐다.
▽EVA란=투자자들은 돈을 주식에 투자할 수도 있지만 부동산을 사서 임대료를 받을 수도 있다. 또 은행같은 금융기관에 넣어두거나 국공채를 사서 안정적으로 이자를 챙길 수도 있다. 주주입장에서 주식투자를 선택했다면 이는 다른 투자방법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수익을 포기하는 일종의 비용(기회비용)을 치르는 셈. 이를 '자기자본비용'이라 한다. 기업은 주주의 투자에 대해 은행 이자보다 훨씬 큰 수익을 내줘야만 제대로 경영을 하는 것이다.
EVA는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에서 세금(법인세)과 자본비용(타인자본 비용+자기자본 비용)을 뺀 금액이다. 투하된 자본과 비용으로 영업 활동을 통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이익을 올렸나를 따지는 경영지표다.
보통 타인자본 비용은 은행대출 이자율을, 자기자본 비용은 1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EVA가 0이라는 것은 은행이자만큼 이익을 냈다는 뜻. 이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라는 위험을 안고 구태여 주식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진다.
EVA가 높다는 것은 돈(빌린돈+자기돈)을 투자해 은행에 예금하는 것보다 많은 이익을 낸다는 얘기다.
▽EVA 증가율이 높은 업체를 골라라=경험적으로 EVA는 현금 흐름이나 자기자본 순이익률(ROE)보다 주당순이익(EPS)과 상관 관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EVA는 '가치 경영'을 내세우는 선진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개념이다. 국내에서도 삼성 LG그룹과 포항제철 등에서 계열사의 경영 실적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삼고 있다.
일단 EVA의 절대수치가 큰 기업은 우량업체로 판정할 수 있다. 하지만 업종의 성격이나 투하 자본의 규모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절대수치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대우증권 김병수 선임 연구원은 "투자 수익을 고려한다면 EVA의 절대수치보다 오히려 증가 속도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VA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은 회사가 지속적으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실적 호전주'로 분류된다. 회사가 그만큼 질적으로 성장했으며 내재가치 역시 상승했다는 의미다.
▼EVA 증가율 상위종목▼
기 업
EVA(억원)
증가율(배)
영업이익달성률(%)
2000년 1∼9월
99년말
2000년 상반기
경남에너지
8
128
16.0
129
현대상선
81
1,073
13.2
147
대덕전자
33
211
6.4
206
LG전선
104
638
6.1
128
서울가스
67
331
4.9
136
한창제지
20
97
4.9
102
LG건설
239
1,070
4.5
151
제철화학
52
185
3.6
119
고려아연
76
264
3.5
144
동방아그로
53
174
3.3
164
SK텔레콤
1,798
5,804
3.2
525
경동가스
40
128
3.2
145
현대상사
149
466
3.1
215
대구가스
55
151
2.7
113
LG화학
1,233
3,248
2.6
124
한국컴퓨터
70
179
2.6
127
전기초자
543
1,212
2.2
195
벽산건설
264
589
2.2
172
태평양
319
688
2.2
136
(자료 : 대우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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