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은 자신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과신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이 다음 대통령선거 후보가 안되면 모두가 불행하다는 식의 발언을 그렇듯 당당하게 할 수 있겠는가.
그는 ‘모두가 불행하다’는 것은 “(당내 지지만 있고) 국민의 지지는 없는 사람이 후보가 되면 정권을 못잡게 된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그 해석이야 어떻든 우리는 이위원의 발언에 심각한 유감의 뜻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위원이 보인 ‘나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유아독존(唯我獨尊) 의식이다. 이런 비민주적 의식으로 차세대 지도자를 자임해서야 곤란하다.
이위원이 후보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국민 지지’ 역시 면밀한 검토가 요구되는 사항이다. 이위원은 현재 민주당 및 여권의 잠재적 대선후보인데다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대중적 인지도를 바로 국민의 지지로 연결시키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아전인수격 해석은 흔히 ‘국민의 이름’을 앞세운 상징조작이거나 저급한 대중인기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당내 지지만 있고 국민 지지가 없는 인물’이 정당, 그것도 정권재창출이 지상목표인 집권여당의 대선후보가 될 수 있다는 이위원의 ‘정략적 가정’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어느 정당이든 대선후보를 뽑는 제도와 절차가 있으며 대선후보는 그 룰에 따른 당원의 지지로 결정된다. 당원의 지지에는 국민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반영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대선후보 경선에서 지더라도 국민 지지를 받는 자신은 승복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미가 강하게 풍기는 이위원의 발언은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와 정당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협박’으로까지 비칠 수 있다.
설령 이위원이 염려하는 것처럼 민주당이 국민 지지가 없는 인물을 당내 줄세우기로 내세운다면 그 결과는 국민의 심판으로 판명될 것이다. 또 경선이 공정성을 잃었다고 판단한다면 사퇴하거나 탈당하는 것은 후보자의 선택이다. 그러나 일단 경선에 참여했으면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뒤늦게 ‘국민 지지’를 내세워 불복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를 하지 말자는 얘기와 다를 게 없다.
더구나 이위원은 지난번 대선후보를 뽑는 여당의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탈당한 전례가 있다. 그는 경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여러 차례의 약속을 어긴 ‘원죄(原罪)’를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