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증권]"지금 증시는 죽음의 바다"

입력 | 2000-10-17 16:34:00


"지금 증시는 죽음의 바다"

전광판이 온통 붉은색의 향연을 벌인 지 불과 하루도 안돼 온통 녹색의 바다로 뒤바뀌어 버렸다. 소리없는 아우성과 탄식만이 지배하는 '죽음의 바다'로 돼버렸다.

코스닥해(海)에서는 수장(하한)된 94척의 배(종목)를 포함, 무려 469척의 배가 침수된 물에 좌초의 위기에 빠져버렸다.

수장된 배를 보면 바른손을 비롯 LG텔레콤 원익 CJ삼구쇼핑 엔씨소프트 심텍 장미디어 서두인칩 이오리스 등 한때 커다란 테마를 형성하며 대양(大洋)을 주릅잡던 맹장(猛將)들이다.

그나마 고기(상한가)를 풍성하게 낚은 34척의 배를 포함해서 97척의 배들은 '증시(證市)'라는 망망대해(茫茫大海)에서 항해를 무사히 마치고 항구에 무사히 도착했다.

거래소(海) 역시 38척의 배가 바다 깊숙이 빨려 들어가버렸다.

현대전자 현대건설 현대증권 고려산업개발 삼성전자(우) 삼보컴퓨터 LG애드 등 3대 가문의 초대형 선박들도 해외발(海外發) 태풍으로 인한 삼각파도(외국인 매도-미국증시 불안-국제유가 상승)에 휩쓸려 바다속에 묻혀버렸다.

이중 '현대전자 호(號)'는 지난 96년 12월26일 거래소해에 처녀 출항한 이후 처음으로 배무게가 1만t(원)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거래소해와 코스닥해의 맏형 노릇을 해온 '삼성전자 호'도 이날 삼각파도의 맹공에 시달리며 또다시 낚아 올린 고기의 10.75%나 토해내는 바람에 배무게가 14만1000t(원)으로 줄어들었다.

항해중 한때 13만6000t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이 탓에 삼성전자호는 맏형 자리를 SK텔레콤에게 내주는 치욕도 감수해야 했다.

선장들도 해외발 태풍에 겁을 집어 먹은 탓일까. 모두 배를 버리기만 한다.

그나마 한국어장을 지켜준 외국인 선장들은 거래소해에서 무려 432억원어치를 바닷속에 내다버렸다. 코스닥해와 선물해에서 조금 사들이기는 했지만 삼각파도를 기술적으로 피하기 위한 헤지에 지나지 않았다.

최근에는 이들마저 머리가 아플 정도로 그물을 올렸다 내려놨다하며 초단기 수확에 치중, 어장을 더욱 교란시키고 있다.

개인 선장들도 '대박'을 꿈꾸며 옵션해에서 물건을 건져내긴 했지만 거래소-코스닥-선물 등 3대 바다에서는 버리는데 급급했다.

정부와 개인들로부터 자금을 이전받은 기관선장들은 거래소해와 코스닥해에서 일부 사들였지만 현물해와 선물해의 조수간만 차이를 이용하는 프로그램을 감안하면 물건을 판 거나 다름없다.

죽음의 바다에는 지금 살려달라는 개인선장들이 널려있다. 반토막, 아니 10분 1 토막난 고기라도 잡으려고 무모하게 바다에 뛰어든 이들을 뉘라서 욕하겠는가.

이들을 감히 구해내줄 지원군이 없는 것이 안타깝기만 할 뿐. 해외발 태풍이 무섭고, 삼각파도에 나마저 휩쓸려 수장될 게 뻔한 데 뉘라서 죽음의 바다에 뛰어들고 싶겠는가.

죽음의 바다를 옛날같이 고래가 뛰놀고, 온갖 종류의 어족들로 붐비는 황금어장, 아니 일하는 만큼 평가받고, 땀흘린 만큼 대가를 받는 어장을 되돌릴 방법은 없을까.

외국선장들이 그물을 드리우기만 기다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10분 1토막씩 난 개인선장들이 어장을 이끌기에는 턱없이 역부족이다. 기관선장들은 "종쳤다는 듯"이 그물을 마구잡이로 거둬들이고 있다. 개인선장들은 상한 고기들을 갖고 주고 받으며 위험스런 곡예항해에 치중하고 있다.

선주협회(정부)는 더하다. 바다와 어장이 이 지경이 돼도 항구와 배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 배들은 바다를 운항할 기름이 없어 항구에 묶여있거나, 바다 한가운데서 표류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배를 대주는 대형선주(기업)들도 배가 어디가 고장났는 지도 모른채 그저 해가 뜨면 망망대해로 나갈 뿐이다. 기름을 대주는 기름업자(은행)와 대형 선주(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선주협회의 무능으로 안하느니만도 못하게 됐다. 한번 칼댄 수술부위에 또 칼을 대려니 수술받는 환자나 의사나 얼마나 고역이겠는가.

바다는 지금 괴롭다. 밤새 해외발 태풍이 또 어떤 모습으로 커다란 삼각파도를 만들지 떨고 있을 뿐이다.

방형국bigjob@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