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대중음악]박지윤의 '중대 선언' "날 소녀로 보지마"

입력 | 2000-09-18 18:20:00


가수 박지윤(19)의 ‘섹시 전략’은 성공.

8월말 내놓은 4집 ‘성인식’이 한달이 채 안돼 판매 30만장을 넘었다. 조성모와 서태지 돌풍에도 주문이 하루 7000장씩 들어오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새음반의 초점은 ‘나 이제 소녀가 아니예요’다. 머릿곡 ‘성인식’은 소녀 시대의 끝을 선언하며 ‘그대여 뭘 망설이나요/ 이제 나 그대 입맞춤에 여자가 돼요’라고 유혹의 메시지를 보낸다.

덕분에 팬 중 남성들이 80%에 이른다. 사진 촬영 중 경찰관이 달려와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유진씨(22·회사원)는 “나는 좋아하지 않는데 남자 친구가 박지윤을 보고 이쁘고 섹시하다고 해 다시 보게 됐다”고 말한다.

섹시 스타의 이미지는 치밀한 전략과 노력의 결과다. 프로듀서 박진영은 “변화가 필요했는데 그 스펙트럼을 드류 배리모어식의 ‘신선한 노출’로 맞췄다”고 말했다. 사전에 머리카락을 자른 지금의 헤어스타일로 사진을 찍어 남학생들에게 의견을 구했고 ‘노출’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노출에 대해서는 ‘박지윤마저 벗느냐’며 반대 의견이 우세했지만 박지윤은 “인기가 떨어질 때 벗으면 오히려 추하다는 생각에 노출과 품위를 조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춤은 섹시 전략의 핵심. 그러나 처음에는 춤의 기본기를 못익혀 프로듀서에게 자주 혼났다. 스스로에 대한 스트레스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박지윤은 “몸 전체가 율동을 타려면 평소 안쓰던 관절도 늘어 뜨려야 하는데 무지 아팠다”고.

중1때부터 CF모델로 활동했으니 연예계 관록이 짧지 않다. 박지윤은 그동안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더 많다고 말한다. 학교나 개인 생활은 많이 잃어버렸지만 인생의 가야할 길을 남들보다 빨리 알고 실수도 먼저 해본 게 득이라고.

딸을 낳으면 가수를 시키겠냐고 했더니 대답이 의외다.

“먼저 말릴 겁니다. 그렇지만 아이가 간절히 원한다면 할 수 없지 않아요. 제 부모님처럼요.”

이번 음반은 음악적으로도 박진영의 ‘조련’ 아래 큰 변화가 있었다. 그동안 불러왔던 가성 창법을 벗어나 원래 목소리로 부르는 대목도 있고 힙합과 솔을 한국의 정서에 맞게 구사하는 기량도 길렀다.

박지윤은 “학교(경희대 포스트모던 음악과)에서 작곡 공부를 하는데 어설프게 하고 싶지 않다”며 “노래만 하는 가수를 낮춰 보는데 나는 목소리부터 완벽하게 다듬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아직 단독 콘서트를 한 적이 없다. 그만한 히트 가수로서는 단점. 그는 연말에 대형 콘서트로 가창력과 춤을 맘껏 과시할 계획이다.

박지윤은 이달말부터 4집의 ‘달빛의 노래’로 방송 활동곡을 바꾼다. ‘달빛의 노래’는 비제의 ‘카르멘의 테마’를 힙합리듬으로 리메이크한 곡으로 박지윤의 진한 메이커업과 뇌쇄적인 눈빛이 절로 떠오른다.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