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자동차의 대우자동차 인수 포기 소식이 북상 중인 태풍 ‘사오마이’처럼 한국 증시와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내년 2월까지 마무리짓기로 한 기업―금융구조조정이 차질을 빚어 금융은 물론 실물경제도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포드의 대우차 포기는 주가 급락과 환율 급등 및 금리 상승 등 이른바 ‘트리플 약세’로 나타났다. 15일 오후 1시경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 사실이 전해지면서 약보합세를 유지하던 종합주가지수가 급락세로 돌아섰다. 원―달러 환율도 1120원대로 뛰어올랐으며(원화가치하락) 3년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도 연 8.98%까지 올랐다. 주가 하락은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추진하고 있는 기업―금융구조조정에 급브레이크가 걸린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가가 올라 기업은 주식발행을 통해 자기자본을 확충함으로써 부채비율을 200% 밑으로 떨어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코스닥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벤처기업들이 필요자금을 조달해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 등 신기술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함으로써 실업자를 흡수하고 새로운 성장엔진이 되도록 했다. 그러나 종합주가지수가 700선 아래로 떨어지고 코스닥지수가 150 아래로 폭락한 뒤부터 이런 선순환 구조는 사라졌다.
기업이 주식발행을 통해 1∼8월에 조달한 자금은 10조752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6.7%나 급감했다. 주식발행이 막힌 기업은 은행이나 종금 등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하나 국제결제은행(BIS)기준의 자기자본 비율을 맞추고 9월말까지 경영개선계획을 금감위에 제출해 생사를 결정지어야 하는 금융기관들이 선뜻 대출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금융시스템이 마비돼 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부도 발생이 늘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상황”(H증권사 사장)이다.
최후 순간까지도 믿어 의심치 않았던 포드가 전격적으로 대우차 인수를 포기한 것은 이런 악순환 고리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 불가피하다. 포드가 예상대로 대우차를 인수했다면 9월말까지 대우차 매각을 마무리하고, 대우그룹 구조조정도 쉽게 결말지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최종 인수가격 협상까지 끝낸 포드가 갑자기 두 손을 들어버림으로써 대우차 매각이 늦어지고 내년 2월말까지 마무리지으려던 기업―금융구조조정 일정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증권 이남우 상무는 “대외신인도가 떨어져 외평채 가산금리가 오르고 외국인 자금의 유출을 유발해 원화가치가 하락하는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LG그룹 관계자도 “대외신인도 제고와 금융시장 안정 및 기업―금융구조조정의 가속화를 위해서는 대우차 처리가 조속히 재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이라크와 쿠웨이트 사이에 긴장이 높아지면서 산유국들의 잇단 증산 발언에도 불구하고 국제원유가도 배럴당 35달러 안팎의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64메가D램 가격이 7달러마저 위협함으로써 국제수지와 국내물가 등에 부담이 되고 있다. 또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7조원 규모의 하이일드, CBO(후순위채권)펀드와 20조원 규모인 회사채의 만기연장(차환발행)이 여의치 않은 등 국내사정도 만만치 않다.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증시와 경제가 다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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