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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유가 장기화 우려]연내 40~50달러까지 치솟을수도

입력 | 2000-09-07 18:50:00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온 국제유가가 6일 마침내 배럴당 35달러선을 돌파했다. 수급불균형은 여전해 고유가가 장기화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유가가 17일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원인은 무엇보다 10일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각료회담에서 충분한 물량의 증산이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 때문.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증산 압력에도 불구하고 공급부족이 예상돼 올 겨울 국제유가는 배럴당 40∼50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최악의 전망도 나온다

▽수급 불안〓유가 폭등의 구조적인 원인은 OPEC의 감산과 수요 증가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OPEC은 지난해 4월 하루 80만 배럴을 감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상 최대의 호황을 맞은 미국의 수요 증가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의 성장 국면은 석유 수요를 더욱 늘렸다. 이 때문에 미국의 석유재고는 24년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유가 폭등에 대해 석유 수출국은 소비국의 유류 관련 세금이 지나치게 높다며 은근히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리 알 나이미 석유장관은 6일 사우디 관영통신과의 회견에서 “소비국도 부분적인 책임이 있다”며 석유관련 제품에 대한 세율을 낮춰야한다고 주장했다.

▽인하 압력〓고유가로 인한 경제적 파장이 점차로 가시화되면서 미국과 EU는 산유국에 대한 인하 압력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아직 유가 상승에 그렇게 민감하지는 않다. 3월에 비하면 미국 내 소비 유가는 아직도 낮기 때문이다. 또 일반인의 관심이 사상 최대의 경제호황과 대통령 선거에 쏠리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그러나 국내 재고 부족에 따른 공급 부족 우려로 최근 유가 인하 압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빈 압델 아지즈 왕세자를 만나 유가 문제를 논의한데 이어 빌 리처드슨 에너지부 장관은 6일 “미국이 희망하는 유가는 20∼25달러”라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고 나섰다.

유럽은 유로화 가치 하락까지 겹쳐 유가 상승의 영향이 보다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석유관련 제품의 가격이 올라가자 프랑스 트럭 노조는 석유 저장시설을 봉쇄하고 석유관련 세율을 인하하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는 이들의 주장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또 EU는 산유국의 주장을 받아들여 석유제품에 대한 세금을 낮추면 산유국은 현재의 유가를 그대로 유지하려 할 것이라며 세율 유지를 원칙으로 정해놓고 있다. 일본은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겪고 있어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내 휘발유 가격이 매달 ℓ당 1∼2엔 오르면서 서서히 소비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증산 전망〓국제적인 가격인하 압력에 따라 10일 회의에서 OPEC가 하루 70만∼100만 배럴의 추가 증산을 결정할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증산이 결정되더라도 11개 OPEC 회원국 중 실제로 공급을 늘릴 수 있는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정도여서 실행에 옮겨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3년 전 유가 급락으로 산유국들이 생산설비를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또 실행의지가 있다 해도 3100척에 달하는 세계의 유조선이 거의 완전 가동 상태여서 수송이 제때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