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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포커스]이형택 "이제부터 시작이다"

입력 | 2000-09-05 14:43:00


끝내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200단계에 가까운 세계랭킹의 벽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았다. 세계 테니스 무대의 변방에 속해 있는 한국의 무명선수가 반란을 꿈꾸기엔 피트 샘프러스란 거목은 너무나 높았다.

5일 오전 열린 2000 US오픈 남자테니스대회 16강전. 한국인으론 사상 최초로 메이저대회 16강에 오픈 이형택은 통산 메이저대회 13회 우승에 빛나는 세계최강 샘프러스를 맞아 비록 패했지만 잘 싸웠다.

외신이 묘사한 대로 이형택은 시골마을 출신의 촌놈. 상대인 샘프러스조차 경기 직전 라커룸에서 들은 ‘베이스라인 플레이를 주로 하는 왼손잡이’라는 잘못된 정보로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샘프러스와 마주한 촌놈 이형택은 결코 녹녹치 않았다. 샘프러스의 위력적인 서브를 공격적으로 리턴하는가 하면 상대의 허를 찌르는 패싱샷으로 스탠드의 관중들을 놀라게 했다.

타이브레이크 끝에 아쉽게 내준 1세트와 게임스코어 4대4까지 팽팽히 맞선 3세트의 분전은 이형택의 16강 진출이 결코 요행이 아니었음을 만천하에 알렸다.

경기후 샘프러스 자신의 표현대로 이형택은 샘프러스를 “정말 열심히 뛰게 했다”. “전도양양한 선수(He’s got a good future)”라는 칭찬은 결코 패배자에 대한 위안은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줄곧 엘리트코스를 밟으며 최고에 군림하고 있는 샘프러스와 척박한 토양속에서 라켓을 잡은 이형택의 대결은 어쩌면 처음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 게임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이 자리까지 왔노라고. 수많은 가시밭길과 걸림돌이 있었지만 결코 굴하지 않았노라고 말이다.

사실 변변한 테니스스쿨 하나 없는 환경에서 이만한 쾌거를 이룬 선수에게 우리 모두 할말이 있을 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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